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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환자에 조혈모세포 기증한 예천소방서 오혜정 소방관...'지역사회 잔잔한 감동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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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정 소방교, 희박한 확률 뚫고 백혈병 환자에 새 삶 선물… 현장에서도 생명 지킴이로 활약

최근 익명의 환장에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오혜정 소방관. 예천소방서 제공
최근 익명의 환장에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오혜정 소방관. 예천소방서 제공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소방관의 사연이 알려지며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예천소방서 소속 오혜정(33) 소방교다.

오 소방관은 지난 2013년 대학 시절 '생명나눔 실천본부'를 통해 조혈모세포 기증을 서약했다. 당시만 해도 "언젠가 인연이 닿는다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마음과 달리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해야 가능한데, 이 확률은 형제 사이에서도 약 25%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타인과 일치할 가능성은 수만분의 일 수준으로 극히 희박하다.

그렇게 12년이 흐른 지난 6월, 오혜정 소방관은 협회로부터 "익명의 백혈병 환자와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누군가에겐 마지막 희망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심하고는 곧바로 대구의 한 병원을 찾았다. 오 소방관은 이후 각종 검진과 절차를 거쳐 조혈모세포를 채취했고, 환자는 지난 25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현재 환자는 건강을 회복해 퇴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사연이 전해지자 오 소방관에 대한 미담도 쏟아지고 있다. 2020년 2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그는 현장에서도 생명 지킴이로 활약해왔다. 구급 현장에서는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환자의 생명을 살린 공을 인정하는 '하트 세이브(Heart Save)'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 지금까지 13차례 헌혈을 이어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이웃의 생명을 지켜왔다.

오혜정 소방관은 "유전자가 일치하는 경우가 드물다는데, 작은 나눔이 한 분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며 "더 많은 분들이 백혈병 환자를 위해 골수 기증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의 용기 있는 선택과 현장에서의 모습은 동료 대원들 사이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안영호 예천소방서장은 "오 소방관의 선택은 한 생명을 살린 숭고한 용기이며, 현장에서의 모습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우리 소방인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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