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던 물이 하루 만에 뿌옇게 변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책임을 명확히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난 9월 30일 오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천 하수종말처리장 인근. 평소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투명했던 물빛은 회색으로 탁해져 있었다. 강을 따라 걷던 주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 코를 막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악취가 퍼졌고, 물 위에는 검은 침전물이 흘러내려 갔다.
그러나 단 하루 뒤인 10월 1일, 같은 지점을 다시 찾았을 때 상황은 달라져 있었다. 흐리던 물은 다시 맑아져 바닥까지 드러났고, 불과 하루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불안은 가셨을까. 주민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다.
◆분뇨 처리장 의혹…공식 해명은 "사실무근"
내성천 주변에는 하수종말처리장과 가축분뇨 처리장이 자리하고 있다. 탁수 현상이 발생하자 가장 먼저 제기된 건 이 시설들의 유출 의혹이었다.
주민들은 "분뇨가 흘러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봉화군과 시설 측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봉화군 관계자는 "하수·분뇨 처리장은 실시간으로 수질을 점검하고 있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수종말처리장 측도 "정밀 점검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상류 공사장에서 흘러든 토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 관계자는 "현장 사진으로 볼 때 공사장 탁수가 섞였을 개연성이 크다"며 "일부 약품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밀 수질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만에 달라진 수질…주민 불안만 커져
내성천은 봉화를 지나 영주시로 흘러가는 생활하천이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하루짜리 탁수'는 주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주민은 "비도 오지 않았는데 물이 하루 만에 변하는 건 처음 봤다"며 "원인을 모른 채 이런 일이 반복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단기간 수질 변화가 ▷토목 공사 ▷비점(非點)오염원 ▷생활 오수 ▷화학 물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 규명이 지연되는 사이,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도적 허점 있나?…"원인 규명과 상시 감시 필요"
환경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맑던 물이 하루 만에 탁해졌다가 다시 돌아온 건 우연일 수 없다.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상시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하수·분뇨 처리장과 공사장 등 주요 오염원 관리에 허점이 없는지 점검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 또한 관리 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한다. 한 환경학 교수는 "실시간 수질 점검 시스템이 있다지만, 주민들이 먼저 변화를 체감했다는 건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의미"라며 "재발 방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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