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우리 속담(俗談)에 대비되는 서양 격언(格言)으로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공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표현의 차이에서 '공짜'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단기적 감성적 접근과 서양인의 이성적 합리적 접근을 엿볼 수 있다.
공짜 점심 속에 뭔가 더 큰 대가가 숨어 있음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함부로 공짜 점심을 먹지 않는다. 그 덕분에 훗날 덤터기를 피할 수 있다. 반면에 '공짜'라는 말에 혹해서 마을의 한 마리뿐인 일소를 잡아먹는 한국인들에겐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더라'는 한풀이 정서(情緖)가 있는 것 같다. 어차피 내 소유도 아닌데 맛있는 소고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농사를 도울 소가 없어 인력으로 논밭을 갈며 개고생한 뒤, 비로소 '공짜가 공짜가 아니다'라는 것을 실감(實感)하게 된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4% 감소하면서 4개월 만에 마이너스가 됐다. 지난해 2월 -3.5%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재명 정부는 7월 13조원의 세금을 투입해 국민 1인당 15만~45만원의 1차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그 덕분에 7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2.7% 깜짝 증가했다. 소비쿠폰 효과가 7월 한 달 반짝했다가 곧바로 사라진 것이다. 민생 회복(民生回復)의 마중물은커녕 일시적 소비 증가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도 '공짜 소고기 파티'는 계속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 측면에서 식료품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해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조선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고 했다. 극단적 언어 사용에 감정이 실려 있다. 애민(愛民)의 감정인지, 기업에 대한 불신(不信)·저주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1차·2차 소비쿠폰으로 시중에 통화량이 늘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기초 상식이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의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디지털 정부가 사실상 붕괴(崩壞)됐다. 막대한 불편과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가의 실패가 아닐 수 없다. 소비쿠폰 예산의 극히 일부만 투입했어도 이런 참상(慘狀)은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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