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로이언서'란 신조어가 있다. 직원을 뜻하는 영단어 '임플로이(employee)'와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어다. SNS와 유튜브 등에서 홍보 활동을 수행하는 직원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2020년을 전후해 일부 기업이 브랜드 마케팅에서 직원의 목소리를 활용하는 임플로이언서 전략을 도입한 게 시초다. 최근엔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임플로이언서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늘리는 분위기다.
공공기관으론 충북 충주시가 대표적이다. 충주시는 수년 전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센스가 돋보이는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중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을 장려하는 '공무원 관짝춤' 영상은 조회수 1천만을 넘길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충주시 영상은 매번 유튜브 인기 동영상 목록에 오를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담당자인 김선태 충주시 뉴미디어팀장 또한 '충주맨'이라는 별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활약으로 충주시 유튜브는 현재 9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지역에서도 이런 변화를 선도하는 자치단체가 있다. 대구 서구다. 서구는 불과 6년 전만 하더라도 공식 유튜브 채널조차 없을 정도로 SNS 활용 면에서 후발주자였으나 지금은 '재미있는 지자체 공식 채널'로 소개될 정도가 됐다. SNS 콘텐츠엔 MZ 세대 공무원들이 수시로 등장하며 권위적이지 않은 유연한 모습으로 주민과 소통한다. 게다가 대다수 자치단체가 외주 업체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반면, 서구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표 피디'로 통하는 대구 서구 문화홍보과 김표경 주무관이 콘텐츠 담당자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출연, 출연진 섭외, 촬영, 편집 등 SNS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혼자 도맡아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구 서구청에서 김 주무관을 만나 정책홍보 이야기를 들었다.

-공직에 들어선 지는 얼마나 됐나. 계기가 있었나.
▶만 6년이 돼간다. 2019년 11월 사진·뉴미디어콘텐츠 담당자를 뽑는 임기제공무원 채용시험을 통해 채용됐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홍보대행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대학 4학년 때인 2017년 입사한 첫 직장이 이 회사였다. 이곳에선 대구, 구미, 상주 등 지자체 홍보를 주로 했었고, 저는 뉴미디어콘텐츠 제작을 담당했다. 유튜브 콘텐츠, 카드뉴스, 뉴스레터 등 현재 자치단체가 활용하는 모든 SNS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었다.
일이 적성에 맞아 행복했다. 특히 기업의 매출을 높이기 위한 홍보가 아닌, 공공기관의 정책 홍보를 한다는 점이 좋았다. 공공기관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었지만,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컸다.
때마침 대구 서구에서 사진·뉴미디어콘텐츠 담당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봤다. 이거다 싶었다. 대행사 직원으로 한 단계 더 거치는 게 아닌, 보다 직접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례적으로 구정 홍보 사진촬영과 SNS 채널 운영이라는 2가지 업무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제가 들어오기 전 사진담당은 구정 홍보 사진만 담당했다. SNS 채널 운영은 부서 내 직원 중 한 명이 본인 업무를 하는 틈틈이 하는 정도로 업무의 중요도가 낮았다. 공식 유튜브 채널도 없었고, 인스타그램도 계정만 있는 상태였다. 채용 당시 업무 영역으로 'SNS 채널 운영'을 명시한 만큼 잘 하고 싶었다. 이제껏 잘 해왔던 일이었기에 기대도 컸던 반면, '맨땅에 헤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됐다. 그래서 차근차근 서구에 대해 공부했고, 그것들을 SNS 콘텐츠로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2명 몫을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거나 힘들지 않나.
▶SNS 콘텐츠 기획을 하려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진득하게 앉아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힘든 점도 있다. 오늘만 해도(오후 2시 기준) 사진촬영 업무 3건을 소화하고 이 자리에 왔다. 촬영 후에도 보도자료에 필요한 사진은 즉시 선별해 넘겨야 한다. 그런 후에야 SNS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야근도 잦은 편이다.
'실시간 소통'이란 점에서도 SNS 담당자에게 출퇴근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 콘텐츠에 따라 가장 큰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시간이 있기에, 퇴근했다고 안올리거나 내일로 미룰 수 없다는 의미다.
최근 퇴근길에 엄청나게 아름다운 노을을 만났다. 누가 봐도 서구라는 걸 알 수 있는 염색공단으로 차를 돌렸다. 이곳에서 노을을 찍어 짧은 문구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바로 올렸다. 다음날 올리는 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구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김 주무관 외에도 다양한 부서의 공무원이 등장한다. 최근 올린 영상을 예로 들자면 생활공구대여서비스를 소개하는 콘텐츠가 그렇다.
▶충주시가 '충주맨'이라는 특정 직원의 캐릭터를 강조해 정책을 홍보한다면, 제 경우엔 해당 사업 담당자가 직접 출연해 주민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제가 등장해서 '이런 사업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호소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출연해달라고 담당자를 설득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요즘엔 많이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시는 편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상당하다는 게 내부 평가다.
▶SNS를 본격적으로 활용한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발주자인 만큼 갈 길이 멀다. 다만 지난 9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50.8%p(포인트) 늘었다. 유튜브 구독자 수도 같은 기간 18.7%p 증가했다. 유튜브 쇼츠 조회수는 2만4천회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한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 '웃기다고 난리 난 경상도 기초단체 공식계정 모음'이라는 게 있었다. 총 8곳이 올랐는데 그 중 대구 서구가 있었다. 소소하지만 개인적으론 상당히 뿌듯했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게시물을 보고 댓글을 달 수 있다. 상처가 되거나 속상한 일은 없나.
▶보다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피드백이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 중엔 악플도 있다. 이를테면 '서구 공무원들 할 짓 없냐' '악취나 해결해라' '폐수나 신경 써라' 식으로, 대부분 해당 콘텐츠와 상관없는 것들이다.
노래를 부르며 정책홍보를 하는 콘텐츠엔 '못생긴 게 왜 노래를 부르냐', 춤을 추고 있으면 '진짜 할 일 없나 보다' '다리는 왜 그렇게 짧냐'는 악플도 있었다.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이럴 땐 사실 상처를 받는다.
반면, 보람도 크다. 최근 거의 매주 서구 SNS채널 채팅을 통해 서구에서 열리는 축제가 어떤 게 있는지, 언제 어디서 하는지 알려달라는 분이 계셨다. 그 외에도 서구의 전반적인 것들을 많이 물어보셨는데 일일이 확인해 알려드렸다. 문득 이 분이 말동무가 필요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이대도 물어보고, 서구에서 하는 건 아니지만 잘 맞을 것 같은 공연 안내와 티켓팅 방법 등을 알려드리면서 수시로 대화 상대를 해드렸다. 그랬더니 '서구청 문화홍보관님 정말 너무 친절하신 것 같다. 매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었다. 그간의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더라.

-홍보 방식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있나.
▶최근 몇 년 사이 공공기관의 홍보방식은 이전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하지만 정책·사업 홍보, 기관 브랜딩을 통한 신뢰 구축이란 목표는 동일하다. 결국 재미는 접근성을 높이는 도구일 뿐, 본질은 정책 메시지 전달인 셈이다.
최근 전략적으로 쇼츠와 릴스 같은 짧고 재미난 영상을 많이 제작해 올렸고 이런 부분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외 홍보를 강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유입된 젊은 세대와 소통한다는 취지다. 그런 점에서 전략은 주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주민친화적 영상 제작'이라는 기본 기조엔 변함이 없다.
서구는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이들을 위해선 재미 보다는 주민들이 직접 등장해 사람냄새가 나고, 보다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롱폼 영상 상당수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2023년 서구 공식 카카오톡 개설을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고령층은 디지털로 정보를 받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 친구 추가만 돼있어도 알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에 중요한 복지 혜택 등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각 세대에 맞춰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이것이 서구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제가 할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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