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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새평-김종민] 캄보디아 납치 사망 사건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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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의 범죄 피해 실태는 충격적이다.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이르고 지난 8월까지 신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80명이라고 외교부가 밝히고 있다.

잔혹하게 살해된 대학생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의 국내 송환, 경찰 주재관·협력관 파견 확대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은 아쉽다.

이번 사태는 국가 간 범죄, 조직범죄, 금융범죄가 복합적으로 연계된 사건이다. 감언이설에 속아 현지에 갔다가 납치·감금된 사례가 많겠지만 자발적으로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범죄에 공범으로 가담한 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에 의하면 보이스피싱 피해는 2023년 1천965억원이었던 것이 2024년 8천545억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 8월까지 8천856억원의 피해가 발생해 금년 말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중국의 거대 범죄조직이 개입되어 있고 범죄자이자 범죄 피해자인 한국인들, 천문학적인 금전적 피해와 연관되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복잡함을 말해 준다.

2000년 이후 급속한 범죄의 세계화·첨단화는 범죄 환경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선진국들은 종전의 수사 조직과 수사 수단의 무력함을 절감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대적인 형사사법 개혁을 추진했다.

프랑스의 경우 200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최대인 400개 이상의 조문을 개정해 시스템을 일신했다. 한정된 형사사법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중대범죄 관련 예산과 조직을 전문화·중앙집중화했고 미국식 플리바게닝의 전면 도입 등 일반적이고 간단한 사건 처리를 위한 신속·간이 절차도 확대했다.

중대범죄에 대한 체포·구속기간의 확대, 미국 연방수사국(FBI) 방식의 잠입 수사와 통신 감청의 광범위한 허용 등 수사 수단을 강화했고 형사증거법도 대폭 간소화했다. 유럽연합 차원의 노력과 병행해 국제형사사법공조를 강화했으며 해외 은닉 범죄 수익을 포함한 범죄수익환수제도도 실효성 있게 보강했다. 검찰과 경찰뿐 아니라 법원 재판부도 전문성을 갖춘 법관들로 구성해 강력한 처벌과 재범 방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범죄 조직의 보이스피싱 같은 중대범죄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의 구축, 국정원 정보 기능의 강화, 국제조직범죄와 금융범죄를 효과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

범정부 차원의 치안정책과 형사정책을 수립하고 각각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법무부와 검찰이 담당해야 하지만 검찰 해체로 인해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수사와 처벌, 재범 방지, 범죄수익 환수, 범죄피해자 보호 관련 업무가 모두 법무부와 검찰의 역할인데 수사권이 박탈된 공소청이 어떻게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원 국내 정보 기능의 부활도 중요하다. 국가 간 범죄의 경우 국정원 해외 정보 파트가 현지 범죄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정보 파트에서 관련 국내 범죄조직과 중간 모집 알선책, 자금세탁 조직 등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야만 완전한 범죄 정보로 완성된다.

그러나 국정원 국내 정보 업무 폐지로 인해 이러한 순기능이 무력화되었고 그 결과가 이번 캄보디아 한국인 피해 사태다. 따라서 시급히 국정원 국내 정보 업무를 부활하고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강행한 검찰 해체를 원상회복시켜 형사사법 기능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효과적인 형사사법제도는 범죄로부터 사회와 국민의 생명, 인권을 보호하는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한비자는 "일이 많은 시대에 살면서 일이 적은 시절의 그릇을 사용하는 것은 슬기로운 사람의 대비책이 아니다"고 했다. 급변하는 첨단 범죄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사회의 몫이다. 이번 사태가 조직범죄와 국가 간 범죄, 금융·경제범죄에 관한 수사와 재판 절차를 혁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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