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헝가리의 소설가, 각본가인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 1954년생)에게 돌아갔다. 작년에 한국의 여성 작가 한강이 수상했으므로 금년에는 세간에서 예측한 대로 서양의 남성 작가가 선정된 것이다. 한강보다 한 해 먼저인 2015년 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비롯해 전미도서문학상 등 다수의 유명 문학상을 수상해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자로 점쳐져 온 작가다.
헝가리는 1905년 이래 총 15명이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문학상으로는 2002년 케르테스 임레(Kertész Imre, 1929~2016)에 이어 두 번째다. 임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 '운명'(1975)으로 유명하다. 라슬로는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 된 '사탄탱고'(1985)를 포함해 6권의 책이 우리말로 출간돼 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으로도 많이 번역돼 있다. 훈족의 후예(마자르민족)로서 우랄어 계통의 헝가리어를 쓰는 사람들은 성을 먼저 쓰고 이름을 나중에 쓴다.
10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아카데미는 라슬로를 122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한 라슬로의 작품은 강렬하고 선구적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라슬로는 온천 휴양으로 유명한 헝가리 남동부의 소도시 줄러(Gyula)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대학에서 법학과 헝가리문학을 전공하며 소설가로 활동하기 전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이후 독일로 유학해 프란츠 카프카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중국, 몽골, 일본 등을 여행하며 동양적인 정서도 많이 체득했다.
그의 '사탄탱고'는 공산주의가 붕괴하던 1980년대 헝가리를 배경으로, 해체된 집단농장의 마을에 남아 가난과 불신의 늪에 빠져 무기력한 삶을 보내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1994년 벨라타르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으며, 작가는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에도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서왕모의 강림'(2008), '마지막 늑대'(2009), '세상은 계속된다'(2013),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 등 절망과 고통, 타락과 구속, 전쟁을 주제로 인간 내면을 탐구해 왔다. 라슬로의 작품은 끝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이 특징이다. '저항의 멜랑콜리'는 300쪽이 넘는 분량이 단 한 문장으로 쓰였다. 작가는 낮에 일하는 동안 모든 장면들을 머릿속에 넣어뒀다가 밤에 한 번에 쭉 흘러나오듯 글을 쓴다면서 "분절되지 않는 일상의 연속성을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문장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덧 몰입에 이르는 게 라슬로 소설의 매력이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6억5천만원)와 함께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헝가리는 인구가 1천만 명이 채 안 되고 국토 면적도 한국보다 조금 작지만 저력 있는 나라다. 1989년 박철언 장관의 활약에 힘입어 동구권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과 처음으로 수교한 뒤 그해 노태우 대통령이 방문했다. 이후 양국 간 경제협력, 문화예술 등 우호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중부유럽 중심지도 헝가리의 비셰그라드에 있다. 헝가리에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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