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의성군 단촌면 천년고찰 고운사. 섬세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선율이 고즈넉한 산사를 휘돌았다.
피아노는 거장의 손길에 따라 아름답고 부드러운 울림을 냈다. 숯이 된 기둥, 기왓장과 뒤엉킨 흙무더기, 두쪽으로 갈라진 범종은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이날 고운사에서는 경북 산불 발생 200일을 맞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기억과 위로의 콘서트'가 열렸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백건우는 산불 피해를 입은 자연과 주민들에게 진심을 담은 음악으로 위로를 전했다.
무대가 설치된 옛 종각 앞과 대웅전 앞마당은 거장의 연주를 감상하려는 이들로 가득했다. 객석은 공연 시작 20분 전에 모두 채워졌고, 서서 연주를 들으려는 관람객들도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날 공연에는 단촌면 의용소방대와 이재민들을 비롯해 주말을 맞아 고운사를 찾은 신도, 일반 관객 등 500여명이 함께 했다.
'위로 연주회'라는 무대 성격답게 연주는 관객들의 박수나 환호없이 진행됐다. 조용히 피아노 앞에 앉은 백건우가 연주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숨죽여 피아노 선율에 집중했다.

공연은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과 섬세함, 절제된 고요함을 고루 보여주는 연주들로 구성됐다.
'론도 가단조, K.511'를 시작으로 '피아노 소나타 16번 다장조 K. 545',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 다장조 K. 356/617a', '작은 장례 행진곡 다단조 K. 453a', '환상곡 다단조 K. 47' 등이 쉼없이 이어졌다.
데뷔 69주년을 맞은 거장의 손길은 가볍고 섬세하게 이어지기도, 강하게 울렸다가 잦아들기를 거듭했다.
40여분 간 이어진 연주가 끝나자, 백건우는 말없이 일어나 무대를 떠났다. 관객들은 박수 대신 침묵을 지키며 여운을 한껏 느꼈다.
이어 소프라노 김난희(단국대 교수)의 '환희의 서곡' 등 두 곡의 노래가 이어지며 감동을 더했다.
백건우는 "진심을 담은 소리는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주에 임했다"고 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산불 피해 응급 복구는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이제 다시 무너진 집을 짓고 산림을 복원하는 과정도 많이 남아있다"면서 "오늘 연주회가 산불 피해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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