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2년 전 윤석열 정부 기조에 따라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정부 지원 사업 진행 시 '여성 가산점'을 폐지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내렸다. 실제 영진위는 이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일부 사업에서 여성 가산점을 폐지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가산 대상을 여성에서 여성 포함 성소수자 등으로 되레 확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매일신문 취재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영진위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진위는 지난해부터 주요 정부 지원 사업 8개 가운데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한해 여성 가산점 항목을 없애고 '다양성 가산점' 항목을 신설했다. 다양성 가산점이란 여성을 비롯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LGBTQ+), 지역, 연령, 계급, 장애 등 과소대표된 집단의 이야기가 작품에 반영되면 추가 점수를 주는 것을 말한다.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외 영진위 주요 정부 지원 사업 7개에선 여전히 여성 가산점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2023년 제도 개선 권고와 반대되는 행보다. 문체부는 2023년에 내년도 사업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공모전의 성격, 성평등 지수 가산점 제도의 효과와 취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방식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역차별 방지를 위해 작품성만 보라는 사실상의 특정 가산점 폐지 권고였지만 영진위는 여성 가산점을 유지한 채 1개 사업에서만 여성 가산점을 여성 포함 LGBTQ+ 등 과소대표 가산점으로 바꿨다. 이 문제를 다뤘던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애초 이 권고는 역차별이 발생하니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따라 여성 가산점 제도를 폐지하고 작품성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영진위 관계자는 "우린 사업 방식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여 다양성 평가항목 신설한 것"이라고만 했다.

영진위식 '역차별 가산점'이 시작된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이다.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을 예로 들면 기본 평가 진행 뒤 작가가 여성인 경우 +2점, 시나리오 속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 +3점을 추가 부여하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작품성과 상관없이 작품 주인공 성별만 여성으로 바꿔도 순위가 뒤바뀌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2021년 기본 평가 집계 뒤 순위권 밖이던 작품이 여성 가산점을 받아 최종 수상작으로 올라가고 반대로 순위권 안에 들었던 남성 작가 4명이 최종심에서 밀려 각각 상금 700만 원을 놓치기도 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제도 개선 권고를 받은 영진위는 그해 12월 산하 성평등소위원회를 소집하고 성평등소위 의견을 모아 영진위 최상위 위원회인 '9인 위원회'를 열었다. 성평등소위는 여미정 프로듀서를 위원장으로 해서 김태주 로튼스마일크리에이션 대표와 손희정 평론가, 안보영 프로듀서, 이언희 감독, 정상민 아우라픽처스 대표, 허자연 미술감독 등이 속해있다. 이 가운데 손 평론가와 여 프로듀서, 정 대표가 9인 위원회에 참석했다.
결과는 여성 가산점 제도 유지였다. 이유는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이었다. 회의록엔 "가산 원칙을 변경하면 나중에 장애인, 여성 외 사회적 약자에게 가산점 주는 것에 대한 명분을 제시하기 어려워진다" "정책이 충분한 근거 없이 민원과 기사 몇 건으로 폐기·조정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책 확대를 결정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여성 집필 수행자와 여성서사 모두 가산점을 각각 부여하던 여성 가산점을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한해 폐지하되 성평등 가치를 유지하면서 다양성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수렴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진위는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 제3조를 근거로 들며 다양성 가산점 항목 신설 이유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항은 "국가 및 지자체는 국적, 민족, 인종, 성별 등에 따른 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문화 표현과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이나 참여에 대한 차별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는 "참으로 웃긴 해석이다.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법 조항을 근거로 '지원해 줘야 한다'는 식의 역차별을 만들어 낸 것이 코미디"라고 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부의 권고 사항을 지키지 않고 도리어 우회적으로 기존 제도를 확대 해석한 것은 큰 문제"라며 "문화⋅예술 작품의 가치를 평가해야 함에도 사회적 합의가 없는 LGBTQ+ 등에 가산점을 주는 것은 문화⋅예술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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