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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고도현] 관리 감독이 실종된 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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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억 들여 구입한 관광열차 '하자투성이'인데 '하자없음' 검수 통과 전액대금 지급…
하자보수 지시 받은 업체는 문경시 몰래 상주시 공터에 부실열차 수개월 방치.. 부실한 검수절차와 관리 감독의 실종

고도현 사회2부 기자
고도현 사회2부 기자

경북 문경시가 지역 경제 및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한 관광용 소형 열차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나 시민 의혹과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문경시의회는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결의하고 납품 및 검수 과정 등 관련 행정 절차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37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열차는 납품받은 후 1년이 다 돼 가지만 단 한 차례도 운행되지 못했고, 열차는 하자 보수를 이유로 반송된 뒤 상주시의 한 공터에서 수개월간 방치된 사실까지 드러나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녹이 슬고 잦은 에러 발생, 높낮이가 다른 단차 및 용접 불량, 안전장치 미설치 등 중대한 하자가 납품 직후부터 무더기로 속출했지만, 문경시는 '하자 없음'으로 검수 조사를 통과시키고 전액 대금을 지급했다.

만약 납품 및 검수 과정에서 하자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대금 지급을 보류하고 업체의 하자 보수가 지체될 경우 지체상환금까지 청구할 수 있었다.

더욱이 이 사업은 일반적인 소모성 구매가 아닌 시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이 걸려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배가된다.

이번 사안에서 문경시 행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실한 검수 절차와 관리 감독의 실종이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하자가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검수를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하자 없음' 명목으로 대금을 지급해 놓고, 뒤늦게 하자 보수를 요구하는 모습은 시민 세금을 다루는 행정기관의 태도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 시민들은 "문경시는 각종 시설물의 준공검사를 꼼꼼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 건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했다.

특히 일부 시의원들이 "납품된 열차가 시가 보고한 사양과도 다르고, 녹이 발생하는 등 외관조차 신품이라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한 만큼, 이 사업이 처음부터 제작 및 관리 부실에 방치돼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와 해명이 필요하다.

열차가 '하자 보수' 중이라며 인천의 제작업체로 지난 4월 반송됐다는 문경시 측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시민들의 눈을 피해 상주시의 주택가 공터에 덮개로 덮은 채 추석 연휴까지 장기간 방치돼 있었고, 문경시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은 의혹을 더욱 키운다.

즉각 제작업체로 이송해 보수에 착수하지 않고 공터에 장기간 방치한 사정을 비춰 볼 때 제작사의 기술력과 위탁 및 하청 제작 여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철저한 계획, 꼼꼼한 검수,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그 어떤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실책이 결국 시민의 세금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경시의 안일한 행정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문경시는 5년 전인 2020년 120여억원의 사업비로 설치한 단산의 모노레일 부지가 지반 침하 현상이 있는 과거 탄광 갱도가 있었던 곳으로 드러났다.

잦은 고장과 레일 균열 등이 발생, 2023년 7월부터 운행을 전면 중단한 건에 대해서도 시민 신뢰를 잃고 있다.

무너지는 시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문경시는 언제 시작될지도 모를 감사원 감사를 기다릴 게 아니라 이번 열차 사업 전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기본은 투명한 행정과 시민에 대한 책임이다. '예스 문경'이라는 간판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에 걸맞은 신뢰와 실력을 갖춘 행정이 먼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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