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과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대상이 결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영양군을 비롯해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남 남해 등 7개 군을 내년부터 2년간 시행되는 시범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경북에서는 인구소멸위기지역인 10개 군 가운데 의성과 영양, 봉화, 청송, 고령, 울릉 등 6곳이 시범 사업 유치에 나섰지만 영양만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 사업은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주민 모두에게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60만원, 연간 72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받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기본소득이 경제활동인구가 적고 지역 내 소비가 제한적인 농어촌 지역의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안정적인 소득이 부족한 고령의 주민들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는 사업인지라 농어촌 지역들은 앞다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1차 신청부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9개 군 가운데 49개 군이 신청해 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양군은 범군민결의대회를 열었고, 청송군과 의성군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유치운동본부가 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치 경쟁을 벌였던 기초단체들은 선정 결과를 두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사업 대상에서 탈락한 아쉬움은 크지만, 버거운 재정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적지 않아서다.
특히 사업 시행에 필요한 재정 부담은 열악한 군 단위 지자체에 큰 짐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의 재원은 국비 40%, 지방비 60%로 구성된다. 정부는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지방비를 각각 30%씩 부담할 것을 권유했지만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다.
경북과 전북, 충북, 경남 등은 18%만 내겠다는 입장이고, 전남 역시 24%만 지원할 방침이다.
이 경우 기초단체의 사업비 분담 비율이 40%를 넘어선다. 세수가 부족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 단위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무늬만 국비사업'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인구가 5만여 명인 의성군의 경우 2년간 군비만 726억원이 소요된다. 연간 363억원을 내야 하는 셈인데, 세수가 제한된 군 단위에서 군비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소멸위기지역에 이름을 올린 경북도 내 10개 군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24.3%에 불과하다.
실제 의성군은 내부 유보금을 일부 투입하거나 신규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와 세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군 지역들이 '미래를 저당 잡아 현재를 유지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이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다. 2년간 시범 운영을 거친 뒤 본 사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지역 소멸 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사업에 세수가 부족한 농어촌 기초단체가 재정 부담을 떠안는 형태는 곤란하다.
비판이 거세지자 농식품부는 지역별 여건에 따라 시·도 및 군 간 분담 비율 조정 및 보조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가적 과제 해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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