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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원 티켓이 30만원' 스윗박스석 750만원 일괄 판매, 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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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박스석 750만원 일괄 판매…되팔이 수익만 수백만원
예매는 순식간, 되팔이는 폭리…무기력한 대응에 분통
티켓베이 암표 기승, 반복되는 고질병에 뿔난 팬심

티켓베이에 등록된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3차전 티켓 가격. 편집 정지현 디자이너
티켓베이에 등록된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3차전 티켓 가격. 편집 정지현 디자이너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열기가 정점을 찍은 가운데, 불법 암표 거래가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오는 21일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3차전 티켓이 일부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서 원가의 수 배를 넘는 가격으로 매물에 올라온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경기는 오는 21일 오후 6시 30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플레이오프 3차전은 5전 3선승제의 분수령으로 양 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가 예고돼 있으며, 이에 따라 팬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열기를 틈타 티켓 암거래가 성행하면서 정당하게 구매하지 못한 일반 관중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암표 가격은 일부 좌석 기준 정가의 3~4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삼성 구단이 공개한 플레이오프 3차전 티켓 정가는 스윗박스석이 90,000원, VIP석은 80,000원, 중앙테이블석은 75,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외야석 및 일반석의 경우 25,000원 수준으로 비교적 접근성이 높다.

하지만 중고 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에는 이와는 전혀 다른 가격의 티켓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가장 비싼 매물은 1루 스윗박스석 티켓으로, 정가는 90,000원이지만 해당 티켓은 1매당 무려 300,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총 25매가 등록돼 있었고, 전체 거래금액은 750만 원에 달했다. 정가 대비 약 3.3배 높은 가격이다.

VIP석 역시 정가 80,000원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 중이다. 한 판매자는 VIP 2매를 640,000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이 경우 1매당 가격은 320,000원으로, 정가보다 정확히 4배 오른 수준이다.

중앙테이블석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정가 75,000원짜리 좌석이 220,000원에 등록돼 있었으며, 일부 좌석은 399,000원에서 최대 449,900원까지 올라가 있었다. 특정 테이블석의 경우 좌석 2매가 묶여 약 90만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3루 블루존이나 내야 지정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블루존 좌석 정가는 45,000원이지만, 거래 플랫폼에서는 한 장에 150,000원씩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3배 이상 부풀려진 가격임에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공식판매처인 NOL 사이트에 등록된 정상가격.
공식판매처인 NOL 사이트에 등록된 정상가격.

KBO와 구단이 발표한 공식 가격과 암표 시장에서의 가격 차이는 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당한 절차로 티켓을 구매하고자 했던 많은 팬들은 "예매 시스템은 이미 몇 분 만에 마감되고, 이후엔 전매 사이트에만 티켓이 올라온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특정 좌석이 일정 수량 이상 한 명에게 집중된 채 올라오는 사례도 있어,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자동화 도구를 통한 '선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KBO는 앞서 불법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왔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티켓베이와 같은 거래 사이트에서는 'PIN(E-ticket)' 방식이나 '기타 거래' 등의 명목으로 암표 거래가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구조다.

티켓 거래 플랫폼들은 이용자 간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정가 거래 원칙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처럼 단기 승부의 중요 경기에 암표 거래가 집중되는 경우, 현행 시스템이 팬들의 공정한 관람 기회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이번 PO 3차전은 한화 이글스가 류현진을, 삼성 라이온즈가 아리엘 후라도를 각각 선발로 예고하면서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경기의 기대감만큼 암표 시장도 과열 양상을 보이며,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경일대 김예영 교수(경희대학교 체육학 박사)는 "현재와 같은 암표 거래는 사실상 일반 팬들의 관람 기회를 빼앗는 행위다. 인기 경기일수록 티켓 수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며, 특히 반복적인 대량 매입과 고가 전매 행위는 제도적으로 차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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