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내부에서 붕괴(崩壞)된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사태'로 무너졌다. 몰락의 '트리거'(trigger)는 동양대 표창장 한 장이었다. 박근혜의 탄핵은 태블릿PC에서 비롯됐고 윤석열 정부는 김건희 여사가 도화선이자 방아쇠였다.
조국의 배우자 정경심 씨가 최근 이 표창장과 관련, 전 동양대 총장 등에 대해 '증거인멸 및 모해위증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표창장이 입시 비리의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되면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복역한 정 씨가 느닷없이 트리거의 존재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그 목적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법원은 동양대 표창장을 정 씨가 직접 작성·출력·위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딸의 입시 서류에 부착된 동양대 총장 직인 이미지가 '스캔' 파일 형태로 부착됐다는 사실이 포렌식 분석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표창장 원본과 사본 모두 분실했다며 제출하지 못했다.
정 씨의 재판 뒤집기 시도는 차기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둔 남편의 전형적인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확정된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려는 한명숙 전 총리처럼, 전형적인 좌파 진영의 내로남불 행태라는 역풍도 만만찮게 불고 있다.
출범한 지 4개월 반밖에 지나지 않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실용'을 내세웠지만 민생은 도외시(度外視)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국정감사 출석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폭발성 강한 트리거로 떠올랐다. 김 실장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국민들은 1급 공직자인 그의 나이와 고향, 학력은 물론이고 경력이나 신원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20여 년간 이 대통령 곁을 지켜 온 최측근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는 이제 이재명 정부의 운명을 좌우할 트리거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1급 비서관임에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도 없고, 여권 전체가 총력 보호해야 하는 '존엄한 절대 존재'라는 사실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일개 비서이지만 그는 검증도 할 수 없고 증언대에 세울 수도 없는, 감춰야 하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국회 절대다수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김 실장의 국감 출석은 불가능하다. 그가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사라지거나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그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고 '실세'로서 직책에 관계없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을 위한 비밀스러운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세인의 관심에서 벗어나 증언대에 서지 않는 방법은 공직을 사퇴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 대통령 곁에서 중책을 계속하려 한다면 그는 결국 이재명 정부를 무너뜨릴 트리거로 작동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성남에서 대통령실까지 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해 온 그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중국공산당의 존재와 위상을 상기시킨다. 그가 이재명 정부를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거나 몰락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트리거로 작동하는 날이 언제일까? 김현지 외에 중지된 공직선거법 재판 등 이 대통령의 트리거는 도처(到處)에 도사리고 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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