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다양한 무대가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조선 후기 화가 신윤복의 작품 '미인도'를 모티프로 한 창작 오페라 '미인'이 오는 28일(화) 초연을 앞두고 있다.
현재 대구 간송미술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인도' 속 인물의 삶과 상상력을 음악과 무대 위에 펼쳐낸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억울한 죽음을 강요받는 과부 '신씨', 왕의 서자이자 한량인 '은양군', 신씨를 연모하는 '별감'까지, 삶의 애환과 사랑을 무대에서 풀어낸다.
작곡가 진영민을 만나, 그림에서 출발한 이번 오페라의 창작 과정과 음악적 의도를 들어보았다.
-'미인도'를 모티프로 작곡하게 된 소감.
▶간송 미술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미인도를 마주했을 때 굉장히 신비로웠다. 동양적인 그림의 표현을 넘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이야기가 있을 거 같은 신비로움을 느꼈다. 이때까지 그림을 가지고 시작한 오페라가 없었다. 그게 와 닿았다. 상상력의 한계가 없이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인도는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 자산이며, 그림이 종합예술인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회화 속 인물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했는지.
▶음악은 시간 속에서 흐르는 '시간의 예술'이고, 미술은 공간을 표현하는 '공간의 예술'이다. 나는 늘 음악 작업을 벽돌을 쌓거나 퍼즐을 맞추는 일에 비유하곤 한다. 집을 짓듯 다양한 감정의 조각을 이어 붙이고 벽돌을 하나씩 쌓아, 공간과 시간이 어우러지는 흐름을 만들고자 했다. 이번 작품을 구상하면서 대구 간송미술관에서 여러 차례 '미인도'를 직접 마주했고, 신윤복의 화첩을 보며 그림과 음악이 만나는 지점을 고민했다.
-오케스트레이션에서 특히 중점을 둔 악기나 사운드가 있는지.
▶작곡에 있어서 '신조성'이라는 명제로 늘 작업해 왔다. 신조성은 간단히 말해 서로 다른 성격의 화성을 병치시키면서도 조화롭게 들리도록 하는 기법이다. 마치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이나 넥타이를 조합했을 때 어울리듯, 전혀 다른 느낌의 음악적 색깔을 함께 사용하면서 긴장과 이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미인'에서는 이런 하모니를 적극 활용해 그림 속 인물들의 심리와 장면의 분위기를 풍부하게 전달했다.
-작곡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모두 독특해서 표현 방법을 찾는 과정이 힘들었다. 양반 며느리 신 씨에서 기생으로 살아야 하는 설우, 임금 아들이지만 서자인 은양군의 다양한 성격 변환, 어릴 적부터 신 씨를 연모하는 별감의 감정 등 등장인물 인물 하나가 나와 몇 달 동안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모두가 다 소중하고 우리 곁에서 스쳐 갈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생각하곤 했기에 감정을 묘사하는 방법을 깊게 고민했다.
-특히 애착이 가는 아리아는 무엇인지.
▶작품을 위해 바닷가에서 머물며 작품을 쓰는 도중, 별감이 설우와 함께 떠나자고 하는 아리아가 며칠째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그 당시 매일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이제라도"라는 아리아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한국적 이야기를 담은 창작오페라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 오페라를 통해 우리 것의 아름다움이 더욱 알려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들이 그림과 음악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새로운 창작오페라의 가능성을 발견하시길 바란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오페라의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지.
▶대구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고,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극장으로 많은 오페라를 제작하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 오페라 느리지만 진보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창작 오페라를 가장 많이 하는 곳이 대구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후배들이 많다. 앞으로 우리 세대보다 더 발전된 음악들이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국 오페라의 중심이 대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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