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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품은 영화]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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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쥐'의 포스터

가톨릭 사제인 상현은 헌신적인 봉사와 도덕적인 삶의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 이면에는 신앙에 대한 깊은 회의와 의문을 품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그는 죽어가는 환자들을 더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슬픔과 자기 회의에 시달리다 치명적인 바이러스 백신 개발 실험에 참여한다. 실험은 실패하고 모든 자원자들이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사망하지만, 상현만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고 유일하게 완치된다.

그의 신도들은 그를 기적의 치유자로 칭송하며 떼를 지어 몰려들기 시작하고, 이 소식은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인 강우와 그의 가족에게까지 퍼져나간다. 강우는 상현을 마작 모임에 초대하고, 상현은 강우의 아내 태주를 만나 연모의 감정을 품는다.

그리고 상현은 다시 병이 재발하여 햇빛을 볼 수 없는 흡혈귀로 깨어난다. 그는 불멸의 삶을 얻은 듯하지만, 사람의 피를 마셔야 한다는 존재의 조건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상현은 태주와의 만남을 통해 평생 도망쳐왔던 강렬한 육욕에 사로잡히게 된다.

'오라시오 키로가'의 <내 손으로 만든 지옥>에서 서술된 문장이 떠오른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려면 비정상적인 삶을 살면서 쾌락에 빠져드는 것만으로도 족하지요. 기이한 방식으로 쾌락을 얻을수록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두 사람은 그 즉시 하나가 되기 마련입니다. 단둘이 꾸민 낙원에서 행복에 취해 살기 위해 다른 생각은 일절 안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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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쥐'의 한 장면

상현이 구원의 갈증 안에서 시달리던 상상력은 하늘에서 꽃비처럼 흩어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염되고 질척거리며 후끈거리는 지하에서 부화하여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상현에게 진정한 불안은 죽은 뒤 천국의 문에 대한 확신보다는, 정말로 살아있었던가 하는 불확실성에 있기 때문이었다.

구원은 안정적인 삶을 담보하면서 존재를 포기하는 일이며, 기약 없는 신적 사랑은 매력 없는 친절한 얼굴이다. 명확한 답이 없는 구원은 결국 닫힌 문과 같다. 닫힌 문에 갇혀서 창백해진 사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를 뿐이다. 성직자와 신도들은 평범한 일상의 굴레에 빠지고, 체념하면서 늙어가고, 신앙과 믿음 사이에 지켜야 할 임무라는 늪에 빠져서, 생이 주는 열정을 하나씩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이미 늙어버리고, 무료한 운명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육체는, 혹시나 일전에 경험했었던 쾌락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혹은 몰래 갈망했으나 위로받지 못했던 결핍 때문에 폭식의 대상을 갈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연이 갑자기 맺어준 연인과 온갖 난잡한 행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가 만든 망상의 세계에 둘러싸여 안온하게 쾌락을 나눈다. 마치 새가 지저귀고, 시냇물이 흐르듯이. 더 이상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 없는 완벽한 타락을 함께 학습하면서.

누구도 상대방을 혼미스럽게 취하도록 마시고 먹어본 적이 없다면,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제 불가능의 욕망으로 연인의 몸을 복종시키지 않았다면, 그건 진정 사랑한 게 아니지 않을까. 비밀과 탈선을 함께 공모하며 황홀경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광기의 열정이고, 금지된 사랑으로 가는 무한한 도취이다.

지금 너의 혀를 타고 내려오는 비릿하고 더운 피가 한없이 달콤하다. 그 짜릿한 감미로움이 나의 갈증을 영원토록 목마르게 한다.

김유현 영화 다큐작가
김유현 영화 다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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