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한 오래된 주택, 닫힌 방문 뒤에서 숨죽여 있던 진실이 11개월 만에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양초 냄새가 진동하는 방 안, 바닥에는 베이킹소다가 흩뿌려져 있었고 한가운데에 한때 반짝였던 12세 소녀의 작은 몸은 말라붙은 채 미라처럼 굳어 있었다. 사람의 체온이 사라진 자리에 오직 학대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이 참혹한 사건의 가해자는 다름 아닌 소녀의 친부와 계모였다. 소녀의 친부 A씨는 부천의 한 교회를 목회하며 신학대학교에서 강의하던 인물이었다. 계모 B씨는 신학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만난 재혼 상대였다.
◇'거짓말 했다'는 핑계로…죽도록 때렸다
피해자 C양은 2002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섯 살 무렵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린 세 남매는 아버지와 함께 귀국했다. 이후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C양의 삶은 서서히 뒤틀리기 시작했다.
새어머니 B씨는 전처 소생의 자녀들을 불편해했고, 세남매는 차례로 집을 떠났다. 오빠는 합숙소로, 언니는 독일로 보내졌고, 막내 C양은 B씨의 여동생인 D씨의 집으로 떠밀리듯 보내졌다.
A·B씨는 C양의 생활에 거의 무관심했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학교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아이의 반이나 담임 이름조차 몰랐다. 주말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보며 간간히 얼굴만 볼 뿐이었다. 그럼에도 C양은 밝고 성실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6년 내내 결석 한 번 없이 개근했고,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을 만큼 모범적이었다.
그러나 2015년 3월 11일 비극은 C양이 중학교에 입학한 지 며칠 후 벌어졌다. 교회 헌금이 사라졌다는 의심이 제기되자 A씨 부부는 C양을 추궁했다. 교회 헌금 관리를 맡고 있던 D씨는 "C양이 교회 헌금을 훔쳐 사용하고 남은 돈을 숨겨 두었는데 숨긴 장소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돈을 훔쳤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D씨 말만 믿고 "돈을 어디 숨겼느냐"고 고함을 치며 플라스틱 회초리로 아이의 손바닥과 허벅지를 수십 차례 후려쳤다. 맞다 못한 아이는 장소를 댔고, 찾아봐도 돈이 없으면 아이를 때리기를 반복했다. 두 시간 넘는 폭행 동안 아이의 몸에는 붓기와 멍이 퍼졌고, 그날 이후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계모 B씨와 새이모 D씨는 "허벅지가 말근육 같다 ㅋㅋ"라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폭행의 흔적을 조롱했다.
◇갈곳 잃은 아이…교사, 경찰도 결국 구하지 못했다
며칠 뒤인 3월 14일 "C양이 지갑에서 또 돈을 훔친 것 같다"는 D씨의 말에 또다시 폭행이 시작됐다. 지난번 맞은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였다. 자정 무렵, 영하의 날씨 속에서 외투도 걸치지 못한 C양은 "나가서 살아라"는 말과 함께 집밖으로 쫓겨났다.
그 추운 밤, 아이는 집밖에서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인 15일에는 친구 집에서 자야 했다. 갈 곳이 없던 C양은 16일 결국 옛날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울며 "집에 들어갈 수 없다"고 호소했고, 선생님의 연락에 D씨는 도리어 화를 내며 "선생님은 상관 말라"고 윽박질렀다.
3월 17일 새벽, 또다시 쫓겨난 C양은 선생님 집을 찾지 못해 하는 수 없이 경비실에 하루만 재워달라고 애원했고, 경비가 경찰에 신고하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7시간에 걸친 또 한 번의 지옥이었다. 폭행은 이미 체벌의 수준을 넘었다.
A씨는 나무막대기가 부러질 때까지 때렸고, 폭행은 빗자루와 철제 막대기로도 이어졌다. B씨는 문을 잠가 탈출을 막고 폭행에 가세했다. 아이는 반팔 티셔츠와 속옷만 입은 채 바닥에 쓰러져 울부짖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하겠다"는 말 뒤에 이어진 건 끝없는 매질뿐이었다.
새벽 5시부터 잠도 자지 않고 이어진 폭행은 정오가 지나서야 멈췄다. 아이는 난방이 되지 않는 방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판결문에서 사망 원인은 '신체에 가해진 지속적인 외부 충격으로 인하여 광범위한 부분에 피하 및 근육 내 출혈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혈관 내 혈액이 부족하게 되면서 급격하게 쇼크가 발생하여 사망하게 된 것'으로 추정됐다.
◇1년 가까이 방치…"깨어날 거라 믿고 기도했다"
두사람은 아이가 죽었음을 확인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대신 시신에서 풍기는 냄새를 감추기 위해 방 안에 양초를 켜두고 구더기가 방밖으로 나오지 않도 베이킹소다를 뿌렸다. 두 사람은 C양이 다시 깨어날 수도 있다고 믿으며 기도를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2016년 2월 3일까지 자그마치 11개월 동안 C양의 시신은 그 방에 방치됐다. 그동안 두 사람은 C양이 가출했다며 거짓으로 실종신고를 했다.
판결문에는 아이의 마지막 생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가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열두살 C양의 키는 143cm, 몸무게는 36.8kg으로 또래보다 훨씬 왜소했다. 이미 수일간 폭행으로 온몸이 붓고 피하출혈이 있었으며,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다시 7시간 동안 학대를 당했다. 그 결과 광범위한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법원은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피고인 A씨에게 징역 20년, B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들의 죄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친부인 피고인 A씨는 자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 책임을 저버렸고, 계모 B씨는 그 잔혹함으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갔다. 보호자는커녕 가해자가 되어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교사와 경찰도 아이를 결국 구하지 못했다. 판결문에는 사회의 책임을 묻는 문장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는 그 아이의 말과 행동을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보았더라면, 최소한 그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지 후회와 허망함을 금할 길이 없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던 C양에게 재판부가 보내는 판결문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너는 이제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었구나. 우리가 너를 고통과 아픔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사랑하고 보고 싶은 엄마를 만나 행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 땅에서 더 이상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밝게 지켜봐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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