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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임상준] 경상북도의 저력, 대한민국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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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에서 경북과 대한민국의 가치 증명
이철우 경북도지사 포스트 APEC 준비, '평화·문화=경주 에이펙' 공식 만들 것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경주 APEC' 심벌 앞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1922년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이집트 왕가 계곡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한다. 무려 3천300년 동안 잠들었던 이 무덤은 고대 이집트의 찬란한 예술과 함께 미스터리를 한 보따리 품은 채 깨어났다. 특히 발굴자들의 연쇄 사망이 파라오의 저주로 이어지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왕의 잠을 방해하는 자는 죽음이 날개를 퍼덕이며 덮칠 것이다." 무덤 입구에 적혀 있는 상형 문구는 지금까지도 저주의 진위와 상관없이 섬뜩한 화제로 남아 있다.

진시황의 무덤을 둘러싼 미스터리도 얽힌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1974년 중국 산시성에서 농부들이 땅을 파다가 도자기 조각을 발견, 진시황릉이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규모지만 발굴되지 않은 본체에는 무엇이 있는지 추측만 무성할 뿐 밝혀진 게 없다. 사마천의 사기 등에 따르면 진시황릉 내부는 다양한 보물들로 가득 차 있다. 또 수은으로 만든 바다, 황금 궁전이 존재한다.

얼마 전 1천600년 전 신라 장군도 시종과 함께 깨어났다. 국가유산청은 경주 황남동 120호 무덤 하부에서 4∼5세기쯤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수는 물론 시종으로 보이는 이의 인골과 가장 오래된 신라 금동관 조각 등 희귀한 유물들이 무덤에서 다량 나왔다.

무덤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공개됐다. 신라 장군과 시종은 금관총 등 신라 유물, 문화재와 함께 APEC 기간 내내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 한류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EC에 참석한 아태 지역 21개국 정상은 '지속 가능한 내일 건설: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글로벌 현안으로 열띤 논의를 이어 가는 도중에도 우리의 전통 유물과 문화재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아름답게 단풍이 든 불국사와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신라금관 등 수준 높은 한류 문화를 즐기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또 전파를 타고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APEC을 계기로 한층 성숙한 대한민국과 경북도가 기대되는 이유다. APEC 효과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세계적 행사가 경북과 한국의 문화적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한 번의 기회였다면, 포스트 APEC의 감동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북도는 APEC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게 기념공원, 기념관 건립 등 하드웨어적 유산을 남길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제적 가능성과 문화적 가치를 지속해서 세계에 알릴 소프트웨어적 포스트 APEC 사업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세계인들에게 '다보스=경제'라는 인식이 있듯, '경주=평화·문화'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 줄 수 있도록 APEC 이후를 촘촘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1천600년 만에 무덤에서 깨어난 젊은 신라 장군은 그 옛날 화랑정신과 호국정신으로 똘똘 뭉쳐 전장을 누볐을 것이다. 위기마다 경북과 대한민국을 지탱한 호국, 선비, 화랑정신을 다시 한번 알리려, 후손들의 세계적 행사에 문화·한류적 역량을 보태려 영면에서 깨어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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