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스피 4천 돌파, 그러나 경기엔 찬바람…'차이나 머니'가 만든 불장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27일 코스피가 마침내 4,000선을 돌파했다. 증시는 '불장(불같이 오르는 장세)'이지만, 국내 경기는 여전히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다. 소비와 건설 등 내수가 부진하고 기업 체감경기도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가만 치솟는 기이한 괴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상승세의 주역으로 '외국 자본', 특히 중국계 자금을 지목하며 "착시형 불장"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실물경제 침체

국내 실물경제는 증시와 달리 침체 상황이다. 청년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인 1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생계형 대출인 근로자햇살론 이용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내수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도 '경기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전망하면서 한국은 0.9%로 예상했다. 그만큼 한국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얼어붙은 실물경제와 달리 국내 증시만 뜨겁다. 10월 들어 코스피는 3,900선을 돌파하더니 27일 4,000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상승은 국내 자금이 아닌 외국인 매수에 의해 견인됐다. 1~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조1천367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24일 기준 외국인 보유액은 1천125조 원으로, 지난해 말(632조 원)보다 거의 두 배 늘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도 34.7%에 달한다.

◆'차이나 머니' 침투

문제는 외국 자본의 성격이다. 단순한 글로벌 자금이 아니라, '차이나 머니'가 국내 금융시장 곳곳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중국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20조4천900억 원으로 지난해 말(14조570억 원) 대비 45.8% 증가했다. 미국의 보유액(367조 원)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홍콩 포함)의 대(對)한국 직접투자 신고액은 67억9천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7%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뿐 아니라 국채에서도 '차이나 머니'의 침투가 빠르다.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말 기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138조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109조 원), 미주(27조 원), 중동(14조 원)을 모두 앞선 규모다. 2021년 말 대비 38조 원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미주 증가액(7조 원)의 5배가 넘는다.

국채 보유가 특정 국가에 집중될 경우, 단순한 금융 리스크를 넘어 정치·외교적 영향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이 미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미국의 금리가 상승한 전례가 있다. 한국 역시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설 경우 증시 급락과 환율 급등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금이 떠나는 순간 코스피는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내수·고용·투자 등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번 상승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