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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철도, 시민안전을 감이 아닌 과학으로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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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혁 대구교통공사 사장
김기혁 대구교통공사 사장

도시철도는 하루 수십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생활 교통이자, 우리 도시 안전의 바로미터다. 그만큼 한 번의 작은 사고도 시민의 불안을 키우고 신뢰를 흔들 수 있다.
대구교통공사는 "사고 이후의 조치보다, 사고 이전의 예방이 중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 중이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1~3호선 전 역사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 1,110건을 전수 조사했다. 시간, 위치, 기계 제원, 이용자 연령 등 세부 요인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사고의 패턴과 위험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에는 계명대학교 권오훈 교수 연구팀이 참여해 '음이항 회귀모형(Negative Binomial Regression)'을 적용, 사고 확률을 통계적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상행 에스컬레이터의 사고 위험이 하행보다 88.7% 높았고, ▷스텝 폭이 좁을수록 사고 가능성이 증가했습니다. 또 ▷전통시장 인근 역사는 장날에 사고위험이 76%, 상설시장 인근은 45.1%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승강장과 바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에서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교통안전연구논집(2025년 제44권 제1호)'에 게재되었으며, 연구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공사는 논문에 머물지 않았고 데이터가 가리킨 위험 요인을 현장에서 즉시 개선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상행 에스컬레이터 59대의 속도를 25m/분에서 20m/분으로 조정했다. 이는 노약자와 어린이 등 보행 약자의 이용 환경을 배려한 조치다.

또한 CCTV 촬영 각도를 바꾸어 사각지대를 없애고, 걸음 폭이 좁은 구간에는 유도 선을 설치함으로써 손수레나 보행기를 이용하는 시민이 엘리베이터를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넘어짐 사고 다발 구간'에는 안내표지와 배너, 로고라이트 등 105개의 시각적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이는 시민이 자연스럽게 위험을 인식하고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행동 유도형 안전디자인 기법이다.

시장 인근 역사에는 장날 시간대에 '역사 내 안전지킴이'와 '시니어 승강기 안전단' 888명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이들은 피켓 홍보, 안전계도, 비상정지버튼 조작 등 현장 대응을 담당하며, 시민 곁에서 안전을 지키는 '현장의 눈'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함께 서기 이끄미' 캠페인을 전 역사로 확대해 두 줄 서기 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시민이 참여하는 질서 있는 이용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E/S 사고 4가지 핵심 원인에 따른 개선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E/S 넘어짐 사고가 시행 전 52건에서 19건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연구와 실행 과정을 통해 필자는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데이터는 안전의 나침반이고, 시민은 그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라는 사실이다.

사고를 줄이기 위한 기술과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시민이 함께하지 않으면 완전한 안전은 이룰 수 없다. 대구교통공사는 앞으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형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AI를 활용한 사고위험 사전 분석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안전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며, '중대 시민 재해 제로'를 실현하는 안전한 도시철도를 만들어 가겠다.

대구시민의 안전한 한 걸음을 지켜 드리는 것, 그것이 공사의 가장 큰 사명이다. 앞으로도 과학과 현장,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드는 '따뜻한 안전'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

김기혁 대구교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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