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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김지효] 감시 장치 없는 기초의회, 주민 신뢰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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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사회부 기자

김지효 사회부 기자
김지효 사회부 기자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액턴 경이 1880년대 성공회 주교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다. 감시자가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명언이다.

권력 감시와 분립은 사회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곳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다. 대구 내 기초의회를 통틀어 유일하게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동구의회다.

기초의회는 대의제 원칙에 따라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지역 정책을 의결하고 행정 기관의 권력 감시와 입법 활동을 한다. '대리 감시'가 기초의회의 존재 이유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의회가 스스로를 감시하지 못한다면 위임된 권한은 사익의 도구로 변질되기 쉽다. 지난 2022년 지방의회에 윤리특별위원회를 두도록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윤리특위는 의원의 행동강령 위반이나 이해충돌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기구로, 지방의회 운영 책임성과 청렴성을 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동구의회는 상위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도 '윤리특위'라는 자정 장치 구성 책임을 회피해 왔다.

자정 장치가 없는 사이 동구의원들은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여도 징계나 처벌을 면해 왔다. 구의원 가족 회사에 구청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외유성 해외 연수 의혹, 정회 중 특정 정당과 국가 기관을 향한 욕설 논란에도 이를 제동할 장치는 없었다.

동구의회는 최근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윤리특위 부재 문제가 부각되자, 뒤늦게 특위 구성을 시도했지만 내홍을 겪으며 결국 불발됐다. 지난달 22일 열린 본회의에는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상정됐지만 회의 시작 10여 분 전 안건을 대표 발의한 구의원이 직접 철회했다.

안건을 철회한 구의원은 의장 직권으로 추천된 윤리특별위원 2명의 행실이 부적절하다며 발의를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안건 철회는 '의안 철회를 위해서는 발의자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는 동구의회 회의 규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였다.

해당 구의원은 의장이 추천한 특위 인선 의원 2명이 지난 9월 상임위원회 정회 과정에서 욕설 논란을 빚은 인물과 윤리특위 발의에 서명을 거부한 인물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회의 중 욕설 논란'은 지난 두 달간 동구의회가 본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회의장에서 고성이 오간 이유이자, 윤리특위 발의의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이날 특위 구성이 불발되며 동구의회는 다시 '책임 회피 기관'으로 돌아서게 됐다.

윤리특위를 구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회사무국은 지방자치법에 "둬야 한다"가 아니라 "둔다"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라는 말장난스러운 답변만 내놨다. 동구의회 다수 구의원은 "둬야 하는지도 몰랐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동구의회가 책임 회피를 하는 사이 주민들의 신뢰도는 하락하고 있을 것이다. 기초의회의 존재 이유인 '주민을 대신해 감시한다'는 명분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의회 스스로 감시받을 필요가 우선돼야 한다.

동구의회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윤리특위를 두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당시 구의원들이 '알아서 자정하면 된다'고 반발해 무산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담 기구조차 없는 '알아서 자정'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동구의회는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주민 신뢰를 얻기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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