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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시인 우화 시집 '달팽이 왕국 1000일 탐방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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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지음/ 오성문화 펴냄

'달팽이 왕국 1000일 탐방기' 책 표지

상희구 시인이 우화 시집 '달팽이 왕국 1000일 탐방기'를 펴냈다.

책을 읽기 위한(=달팽이 왕국 입국 허가를 받기으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체류하는 동안 "빨리빨리"라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즉시 추방한다고 조건부 입국 허가란에 명기돼 있다.

인간 세상을 두고 저자는 '약삭빠른 세상'이라고 했다. 그 정반대편(그래서 거리가 수만리 떨어져 있다고 했나 보다) 달팽이 왕국은 느리고 둔하고 눈치마저 없다는데, 그게 그 세상의 미덕이다.

독자들은 시집을 읽으며(=달팽이 세계를 함께 여행하며), 즉 느리고 둔하고 눈치마저 없는 세상을 1000일 동안 탐방하며(=총 40편의 작품을 탐독하며) 팔순의 노시인이 던지는 화두를 하나 둘 조금씩 느릿느릿 음미하면(='빼어난 지혜자' 달팽이들과 만나면) 된다.

저자의 첫 시집은 '발해기행'(1989)이다. 그리고 두번째 시집 '요하의 달'(1996)의 부제가 '발해기행2'. 이어 21세기 들어 저자를 주목시킨 작품은 고향 대구의 사투리로 10년 동안 경상도 방언시 1000편을 지어 엮은 '대구시지'(2012년 1집 '대구'부터 2021년 10집 '팔공산'까지)다.

이처럼 크고 장구한 스케일이 작품 세계의 한 특징이었던 저자는 요즘은 돋보기와 현미경을 들고 일상 속으로 나선듯 하다.

지난해 '수선화 편지'에서는 시멘트 콘크리트 육교 난간에 핀 민들레며 문짝에 달린 경첩이며 누에(누에나방 유충) 따위를 관찰하더니 올해 '달팽이 왕국 1000일 탐방기'에서는 달팽이를 유심히 관찰했고 거기서 세상을 발견해 시로 풀어냈다. "웃지도 못하고 울 줄도 모르는 천하의 한 미물에게, 연민하고 또 연민한 것이 마침내 사랑으로 바뀌었는지 모를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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