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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강민구]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준 신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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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권력자의 열등감(劣等感)과 변덕은 심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열등감이 심한 권력자는 그것을 감추고 보상하기 위해 타인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변덕스럽게 결정을 바꾸거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이러한 권력자는 조직 전체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구성원의 신뢰를 저하하게 만들며, 결국 조직을 붕괴시킨다.

한비자(韓非子)는 「세난(說難)」에서 설득의 어려움은 지식·논리·언변의 부족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왕의 심리를 주도면밀히 헤아리는 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비자는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왕의 열등감을 건드리면 목숨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역린(逆鱗)'을 통해 역설했다.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큼 유순하다. 하지만 목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이 있는데, 만약 누군가 이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왕에게도 이러한 역린이 있다."

거꾸로 솟은 비늘은 정상적이지 않고, 도드라져 보이며, 외부의 자극에 취약하다. 이는 권력자가 내면에 깊이 감추고 있는 열등감의 속성과 같다. 그것은 출신 성분, 정통성 부족, 능력 부족 등이다. 만약 누군가 이 부분을 건드리면 겉으로 보이는 유순함과 이성은 순식간에 폭력성으로 돌변한다.

한편 열등감이 있는 권력자는 상황에 따라 같은 말과 행동을 전혀 다르게 판단한다. 총애할 때는 결점도 사랑스럽게 보지만, 총애가 식으면 장점마저 죄과로 변하니, 한비자는 이를 '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이야기로 표출하였다.

미자하(彌子瑕)는 위(衛)나라 왕의 깊은 총애를 받았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허락도 없이 왕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이는 발뒤꿈치를 베는 중죄에 해당하지만, 왕은 오히려 "참으로 효심이 지극하구나. 어머니를 위해 중벌을 받을 각오까지 하다니!"라며 그를 칭찬하였다.

또 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던 미자하가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 달았기에, 먹던 복숭아를 그대로 왕에게 먹게 했다. 이는 매우 불경(不敬)한 행동이었지만, 왕은 기뻐하며 "나를 이토록 사랑하여 나에게 맛있는 것을 먼저 주는구나!"라고 그를 칭찬하였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쇠하고 왕의 총애도 식었다. 어느 날 미자하가 작은 잘못을 저지르자, 왕은 과거의 일들을 모두 끄집어내며 꾸짖었다. "저 자는 일찍이 멋대로 내 수레를 탔고, 심지어 자기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놈이다!" 결국 미자하는 과거에 칭찬을 받았던 행동들 때문에 벌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과시하려는 욕구는 내면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총애를 베풀 때는 한없이 관대하다가, 감정이 식자 과거의 일까지 들추어내 가혹하게 처벌하는 극단적 태도는 자신의 절대적 힘을 확인하고 우월감을 느끼려는 행동이다. 또 다른 속성은 자기애적 분노이다. 자신의 기대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여길 때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자기애적 성향과 연관되며, 이는 깊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동한다.

열등감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권력자의 변덕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때 조직이나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게 된다. 조직의 관리자나 권력자는 자신의 심리적 기제를 이성적으로 제어해야 하며, 제도적으로도 그 부작용을 감시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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