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遺言〉
단골로부터 사 놓은 육쪽마늘 묶음을
몇 달째 베란다에 걸어두신 노모
올해 김장도 당신 손으로 직접 해줘야 한다며
그 마늘, 혹시 상하지나 않았을까
굽은 허리로 틈날 때마다 살피신다
무좀으로 두꺼워진 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발톱 깎기에 집중하고 있는 아들에게
느닷없이
'올여름, 내 죽거들랑
저 마늘 가져가 김장할 때 쓰라' 하신다
빛과 어둠이 겹겹이 다녀간
백 년 세월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우면
등은 저토록 굽어야 하고
마음은 또 어린애처럼 약해졌을까
껍질 속 마늘처럼 알싸해진 나는
매운 눈물로 울어야 하는
대책 없는 아이가 되어 엄마 집을 나선다
<시작 노트>
칠성시장 단골로 다니시던 어머니의 발길은 아직도 선명한데 요즘은 북두칠성 어디쯤에서 장을 보고 계시겠지요? 달빛 좋은 어느 날 밤, 제게도 꼭 한 번 다녀가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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