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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석주 국무령 100주년', 안동 임청각이 '독립의 울림'으로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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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경북·안동 정신' 재부상
후손들의 생생한 발언… "나라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복원 공개·골든벨·음악회까지… 하루 종일 이어진 '보훈의 장'

22일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석주 이상룡
22일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석주 이상룡 '국무령 취임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다. 손병현 기자

'광복 80주년·석주 이상룡 선생 국무령 취임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22일 오후, 경북 안동 임청각은 마치 오래 잠들어 있던 역사 자체가 깨어나는 듯한 진동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차장 방향으로는 차량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고, 입구에는 복원 공사 펜스가 길게 둘러져 시민들은 좁아진 길을 따라 쏟아져 들어왔다. 마당으로 들어선 사람들의 웅성임이 겹겹이 쌓이자, 고택은 어느새 600여명의 발걸음으로 숨을 되찾은 듯 다시 맥동했다. 한때 일제가 가른 상처의 현장이었던 임청각은 이날, 독립운동의 기억을 품은 채 다시 살아 움직였다.

22일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석주 이상룡
22일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석주 이상룡 '국무령 취임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다. 손병현 기자

◆ "안동이 기억해야 할 날" 종손부터 장관까지, 주요 인사 한 무대에

기념음악회에 앞서 주요 인사들이 함께 단상에 올랐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석주 이상룡 선생의 종손 이창수 종손이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준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안동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의 암투병 사실을 언급하며 "도민들이 걱정해줘 '솔바서'(귀찮아서) 암이 달아나 버렸다"고 말해 현장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말투엔 되살아난 기력과 함께 경북의 자존심이 묻어났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독립운동과 관련된 가곡을 부르며 현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 지사는 "경북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중심지였고, 특히 안동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도시"라며 "석주 이상룡 선생의 집안에선 무려 11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이자 선비정신의 본향이며, 석주 선생은 이를 실천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청각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 발언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맡았다. 권 장관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광복과 정부 수립이 가능했다"며 "오늘 우리가 세계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이 정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청각의 정신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평화로 확장하겠다"고 덧붙였다.

22일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석주 이상룡
22일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석주 이상룡 '국무령 취임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다. 손병현 기자

◆ "골든벨로 시작해 음악회로 이어진 하루… 임청각이 다시 숨을 쉬다"

기념음악회에 앞서 오전부터는 전국의 고등학생 80여 명이 참여한 '보훈역사 골든벨'이 먼저 열렸다. 안동·경북 전역에서 모여든 학생들이 독립운동사·임시정부사를 주제로 문제를 풀었고, 최종 5명이 장관상과 장학금을 받았다. 대상 1명에게는 장학금 500만원이 주어졌다.

이어 본행사인 음악회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진 2부 음악회에서는 가수 노사연·정수라·빈예서·두각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독립정신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이어 임청각 서간도극단, 소프라노 이영규, 국악인 문수정의 무대까지 이어지자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약 600명 가까운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내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공연 도중 장관 옆에서 포착된 '독립운동가 후손'

음악회가 시작되자, 권오을 장관 바로 옆에 안자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본지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그는 3·1운동 당시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가장 먼저 낭독한 것으로 알려진 정재용(1886~1976) 선생의 손자, 정성화 보스턴치과 대표원장이었다.

정 원장은 잠시 자리를 옮긴 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사람은 민족대표 33인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군중들이 당황하던 순간, 독립선언서를 읽은 이는 감리교 전도사였던 정재용 선생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발굴된 육성녹취 외에 또 다른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견해 이를 알리고자 장관과 대화를 나눈 것"이라며 "3·1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한 할아버지의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회가 진행되던 중, 객석에서 권오을 장관(왼쪽)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정재용 선생의 손자, 정성화 보스턴치과 대표원장. 손병현 기자
음악회가 진행되던 중, 객석에서 권오을 장관(왼쪽)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정재용 선생의 손자, 정성화 보스턴치과 대표원장. 손병현 기자
22일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석주 이상룡
22일 경북 안동시 임청각에서 석주 이상룡 '국무령 취임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다. 손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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