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인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26만 장을 한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AI 3강' 꿈에 한 걸음 다가선 느낌이다. 그러나 전력 수급, 인재(人材) 확보 등 선결 과제를 풀어야 가능한 얘기다. 특히 인재는 단기간 해결도 불가능한 데다 핵심 인력 배출은커녕 외국에 줄줄이 빼앗기는 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여 년 경력 외국의 이공계 전문가 연봉은 평균 5억3천만원인데, 국내는 9천300만원으로 비교 불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AI 인재 순유입 35위다. 떠나는 인재가 더 많다는 말이다. 미국은 AI 분야 학부 졸업생 93.7%가 자국 대학원에 진학하지만, 한국은 38.6%가 외국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특히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은 우리 과학기술계의 취약점을 철저히 공략하고 있다. 비교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주택과 자녀 학비까지 지원한다. 지난 5월 한림원 정회원과 차세대 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5년 새 영입 제안을 받은 경우가 61.5%에 달했고, 이들 중 82.9%가 중국에서 온 제안이었다.
정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AI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한 과학기술계 반응은 싸늘하다. 인재 조기 육성을 위해 학·석·박사 과정을 5년 반 만에 완료토록 했는데, 학계는 깊이 없는 붕어빵 인재 양산을 걱정한다. 5년간 매년 20여 명의 국가과학자를 선정해 연간 1억원 정도 연구활동지원금을 제공한다는데, 외국에서 8억~10억원 지원 제안이 쏟아지는 판국에 과학자 예우도 아니고 명예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재명 정부 제1호 인재 정책인 '해외 인재 2천 명 유치 프로젝트'도 목표만 거창할 뿐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부족하다. 정부의 인재 육성·유치 방안을 두고 과학계에선 '수술할 환자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보여주기식 처방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와중에 청년층 일자리는 급격히 줄고 있다. 취업에 성공해도 기간제(期間制) 근로자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해 왔던 제조업과 건설업이 부진의 늪에 빠졌고, 청년 일자리를 둘러싼 대내외 불안 요소들도 가세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이 눈만 높아 취업을 못 한다고 비난하지만 실제 청년 일자리의 질(質)은 매우 나쁘다. 올해 8월 기준 20·30대 임금근로자 811만 명 중 비정규직만 257만 명(31.7%)에 이른다. 비정규직 비중이 2004년 이후로 21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10년간 20·30대 정규직은 60만 명가량 줄었고, 비정규직은 45만 명 정도 늘었다. 2년짜리 계약직인 기간제가 그나마 청년 일자리의 버팀목인 셈이다.
양극단(兩極端)으로 치닫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원인은 지극히 복합적이고 심층적이지만 정부 대응은 단편적 수준에 머문다.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증발, 중장년 고용 유지를 위한 정년 연장 추진, 고부가 산업의 소수 고숙련 인력 수요 등이 연쇄 작용해 청년 고용 부진이 장기적이고 구조적 문제로 뿌리내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정부의 '일자리 전담반'이 AI 교육·직업훈련 대폭 확대, AI 분야 벤처 창업 적극 지원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정권 지향점에 맞춰 급조한 임시방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AI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야 청년 일자리 문제를 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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