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박완주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보좌관 성추행 사건' 징역 1년을 대법원에서 확정 받자 이 사건 피해자 입장문을 SNS로 공유, "연대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2022년 5월 12일 비대위원장으로 있던 당시 해당 사건 관련 당 긴급 비상대책의원회의에서 박완주 전 의원 제명을 주도한 바 있고, 이같은 판단에서 이어진 법적 결과를 이번에 마주한 상황이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44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박완주 징역 1년 확정, 피해자분의 입장문이다. 같이 읽어주시고 피해자와 많은 연대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입장문에서 피해자는 "오늘 이 결과를 받기까지 4년하고도 이틀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저는 거의 매일 그날의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1·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위와 영향력, 당시 폐쇄된 공간의 구조와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제가 보인 일련의 반응을 모두 고려해 이 사건이 명백한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이라고 판단했다. 오늘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그 판단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고 설명, "이제 이 사건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는 그간 이어진 조사와 재판 과정의 지난함을 토로했다. 그는 "재판에 이르기까지 저는 그날의 일을 셀 수 없이 여러 번 진술해야 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실에서 법정의 증인석에서 녹취록과 수많은 서면 속에서 저는 같은 장면을 수십 번, 수백 번 꺼내어 다시 말해야 했다. 그때마다 저는 그 좁고 닫힌 공간으로 다시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숨이 막히고 손이 떨리고 온몸이 굳어졌다. 제가 울고 떨고 무너진 이유는 단지 한 번의 범죄행위 때문만이 아니었다. 제 삶의 거의 모든 조각이 도마 위에 올려져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제 입장을 온전히 설명할 기회는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1·2심 재판부는 제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거짓으로 꾸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말은 제게 '당신이 겪은 일은 사실이다'라고 국가와 사법부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말해준 순간이었다"면서 박완주 전 의원 측이 자신에게 2차 가해를 지속했음을 폭로했다.
그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끝까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정 안팎에서 뻔뻔한 거짓을 되풀이했고 책임을 부정하는 말과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가족과 몇 안 되는 지지자들은 온·오프라인의 2차 가해를 계속해 왔다. 피고인은 항소심 선고 후 저와 제 가족·지인들 앞을 지나가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일부러 크게 내뱉었다. 항소심을 끝냈다는 안도와 달리 저는 또 다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피해자는 "지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부인할 때, 그 부인은 더 이상 개인의 방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가해자들에게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면 된다는 잘못된 신호가 된다"면서 "그리고 이미 다쳐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는 싸우는 것은 이만큼이나 고통스럽고 외로운 일이라는 절망을 던진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저는 이 판결이 단지 한 정치인의 범죄를 인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이 사건은 권력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이 어떻게 가해자의 편에서 왜곡되고, 피해자가 얼마나 쉽게 고립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의 무너져 버린 일상은 판결 선고와 동시에 회복되지 않는다. 저는 직장을 잃었고 지금도 여전히 신경정신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고 해서 제 안에 남은 공포와 수치심, 분노와 상실감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판결이 권력형 성폭력 사건 판결의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피해자는 "다만 오늘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저는 이번 판결로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가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고 자신의 일상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그리고 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의 시간을 제 방식대로 다시 차곡차곡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입장문 말미에서 다시 박완주 전 의원을 가리켰다.
그는 "마지막으로 피고인! 대한민국 법원은 당신의 성범죄를 분명히 인정했다. 나는 이제 당신에게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넘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사과를 요구한다"며 "당신이 행사한 그 많은 부도덕하고 부당했던 권력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깊은 상처와 고통이 가해졌는지 더이상 피하지 말고 깊이 반성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병보석으로 석방을 기회삼아 일회성 연탄 나눔 봉사로 스스로를 미화하려 하지 말고 이제 감옥으로 돌아가 법원이 선고한 나머지 형량을 온전히 채우기를 바란다"면서 "그 시간이야말로 당신의 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꾸짖었다.
▶박완주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12월 9일 서울 영등포구 한 노래주점과 인근 주차장에서 당시 보좌관 A씨를 강제추행하고 우울증 등의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2년 4월 A씨가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성추행을 신고하자 면직을 시도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같은해 5월 지역구 관계자들에게 A씨가 합의를 시도했다고 알린 혐의(명예훼손)도 받았다.
이어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나온 징역 1년이 이번에 굳어진(원심판결 확정)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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