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은 성실하고 부지런한 교사들의 힘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요."
도입 8년 차를 맞이한 IB 프로그램을 두고 대구 지역 교사들이 대체로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O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인증 교육 프로그램으로, 토론·발표식 수업과 논술·서술·구술 평가 중심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 전국 최초로 IB 프로그램을 공교육에 도입했다.
IB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생각을 꺼내는 교육'이라 불리는 IBO의 교육 철학, 학습 방향에 맞춰 수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므로 기존 국가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IB 방식의 수업을 재구성해야 한다. 즉 과목마다 학생 주도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하고, '탐구-실행-성찰' 단계의 수업을 실행하고, 학생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식이다.
교사들 또한 주입식이 아닌 탐구 기반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업무가 어디 수업과 평가뿐인가. 교재 연구, 학생 생활 지도, 행정 업무 등에 더해 IB 수업 준비까지 더해지면 일반 학교에 비해 2~3배의 시간, 노력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 IB 본부, 교육청, 학교 단위의 공개 수업과 교사 전문성 강화를 위한 각종 연수를 포함하면 교사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막중하다. 수업, 평가 외에 다른 업무가 주어지지 않아 수업 연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해외 IB 학교, 국내 IB 국제학교와 공교육 내 IB 학교는 차이가 크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해 IB 인증학교(월드스쿨) 교사 5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초·중·고 학교급별 교사 모두 IB 프로그램 개선점에 대해 '업무 경감'을 1위로 꼽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IB 학교의 빡빡한 업무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이탈하는 경우도 생긴다. 일반적으로 교원의 전보 주기는 4년인데 IB 학교의 경우 주기를 채우지 않더라도 희망 시 전보가 가능한 '비정기 전보' 제도를 적용한다. 지역 IB 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IB 학교에 지원하는 교사가 있는 반면 원하지 않는 교사들도 많이 발령된다"며 "일부 교사들은 업무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1년 후에 자발적으로 전보 신청을 한다"고 말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올해 초 'IB 2.0' 시대를 선포하고 2026년까지 전체 학교의 30% 수준으로 IB 학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IB 학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 기반, 탐구 기반 학습을 일반 학교에도 확산하는 '대구미래학교'도 단계적 확대 방침이다. IB 교육이 좋고 나쁨을 떠나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에 의존하는 현재 시스템 아래서 교육 혁신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책적 확대 이전에 행정업무 경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수업 시수 감축 등 수업 지원을 위한 현장 의견 수렴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다. 교사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IB 교육에 기꺼이 뛰어드는 기반이 마련될 때 교육 혁신도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장동혁 '변화' 언급에 입장? "함께 계엄 극복하고 민주당 폭주와 싸우는 것만이 대한민국·보수 살 길"
김총리 "李임기 5년 너무 짧다, 더했으면 좋겠다는 분들 있어"
나경원 "李대통령, 전 부처 돌며 '망언 콘서트'…연막작전쇼"
"군사분계선 애매하면 더 남쪽으로"…DMZ 내 北 영역 넓어지나
[서명수 칼럼] 소통과 호통, 한없이 가벼운 대통령의 언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