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
여수 동백숲 휜 길을 지나온 늑골 안에는
파도치는 바다가 살고 있었다
동백꽃 송이째 따서 꽃잎에 이른 이랑을
헤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한 잎 두 잎 되살아나는 책갈피 속
소금기 밴 기억의 무게에 짓눌린 나날들
물기 증발한 그리움으로 설레다가
속절없고 그립다가 덧없는
동백의 빛깔을 바다는 헤고 있을까
오랜 세월 짓눌려야만
아름다운 무늬로 되살아 남은
책갈피 넘기는 흰 손은 알고 있을까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우며
폭설이 퍼부어 대는 지금
동백 숲 건너온 바람을 저며 차린
저녁 밥상 앞에 그대 목소리 지운다
이제 야위어진 가슴에 일렁이는
홍잣빛 동백 꽃잎 아닌 나는,
〈시작 노트〉
눈 내리는 날 야생 동백꽃 우거진 숲길 걸으며 눈 속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듣습니다. 천지간 안개 자욱한 원시의 나라에서 야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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