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무원 등 여러 신분을 사칭해 자영업자들에게 선입금을 요구하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위조된 공문과 명함으로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단계적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교묘한 수법을 쓰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국적으로 노쇼 사기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해 '범정부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남구에서 싱크대 제작업을 하는 A(64) 씨는 지난 17일 남구청 이희운(가명) 주무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남구 관내에 설치할 싱크대 6대를 1천650만원에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상대는 남구청 명의의 공문과 자신의 명함을 함께 보내 신뢰를 더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식기세척기 6대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주문까지 들어왔다. A씨가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자, 상대는 수도권 소재의 업체를 소개하며 연락처를 전달했다.
A씨가 해당 업체에 문의하자 식기세척기 한 대당 가격은 400만원, 총액은 2천400만원이었다. 업체 측은 선수금으로 절반인 1천200만원을 입금하면 물건을 출고하겠다고 안내했다.
수상함을 느낀 A씨는 남구청에 직접 문의했다. 확인 결과 해당 주무관은 실제로 존재했지만, 그런 계약을 진행한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범행에 사용된 명함과 공문에 적힌 이메일 주소도 실제 주무관의 것이 아니었다. 남부경찰서는 현재 사건을 접수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이 같은 피해는 A씨만의 일이 아니다. 같은 달 8일, 경북도청 공무원을 사칭한 인물이 가습기 설치 계약을 빌미로 접근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청은 이 같은 범죄를 '예약부도(노쇼) 사기'로 분류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쇼 사기는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1단계에선 피해 업체가 취급하는 물품을 대량 주문한다며 접근한다. 2단계에선 '함께 결제하겠다'며 다른 업체의 물품을 대신 구매해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목표는 2단계 대리 구매 과정에서의 송금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들어온 최초 주문은 노쇼로 끝나게 된다.
범행에 이용되는 신분은 관공서부터 군인 등 공무원은 물론, 연예인 소속사와 국회의원 보좌관까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적 신뢰도가 높아 거래를 거절하기 어려운 신분이 주로 범행에 이용된다.
노쇼 사기로 인한 피해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노쇼 사기는 5천851건에 달했고, 피해액은 1천71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해 국민 역량을 높이는 한편 범정부적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지훈 경찰청 경제범죄수사지휘계장은 "노쇼 사기는 주로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고 집중 수사하면서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중요한 건 검거보다 예방이다. 범죄 차단과 예방을 위해 국민역량이 강화돼야 하고 범정부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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