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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KIDS ZONE] 아기야 왜 잠을 안 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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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수면컨설팅, 예약만 몇 달
월령·성향·깨시 맞춰 세밀하게 관리
부작용 우려, 제도적 지원 필요성도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영유아와 산모를 대상으로 수면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면컨설팅이 인기다.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영유아와 산모를 대상으로 수면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면컨설팅이 인기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우리 아기'

노랫말처럼 아기들은 잠만 자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나서야 알았다. 이 자장가는 평온한 노래가 아니라, 밤마다 되풀이되는 주문이라는 것을.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제발 자라) 우리 아기' 때로는 곡소리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런 밤이 반복되면서 부모들은 결국 '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수면컨설팅이 인기다. 한 달 넘게 대기를 감수하고, 10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수면컨설팅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수면은 과학, 새로운 육아 공식

이신영(34) 씨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아이를 키우며 가장 잘한 선택이 수면컨설팅이었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잠이 적고 예민했던 이 씨의 아이는 1~2시간마다 깨서 울었고 안아서 재우지 않으면 잠들지 못했다. 백일을 넘기며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침대 근처만 가도 아이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이 씨는 "수면교육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로 우는 거라면 차라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신청한 수면컨설팅은 이미 대기자가 많아 몇 차례 연기와 취소 끝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컨설팅은 아이의 월령과 성향에 맞춘 깨시(깨어 있는 시간) 조정과 단계적인 입면 훈련으로 진행됐다. '안아서 재우기'에서 '옆에서 재우기', '혼자 잠들기'로 넘어가는 방식이었다. 울음을 무작정 방치하지 않고 강도에 따라 대응 시간을 조절했다. 변화는 빠르게 나타났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아이는 밤중 수유 없이 스스로 잠들기 시작했고, 눕히면 잠드는 아이가 됐다.

수면 상태를 기록하는 앱으로 아이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수면 교육에 적용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낮잠 횟수, 수유 시간, 수면 시간 등을 기록한 앱.
수면 상태를 기록하는 앱으로 아이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수면 교육에 적용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낮잠 횟수, 수유 시간, 수면 시간 등을 기록한 앱.

이처럼 아기 수면을 '습관'이 아닌 '조절 가능한 영역'으로 인식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아이를 아무 데나 눕혀 재우거나, 크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월령별 깨시, 낮잠 횟수와 전환기, 수면 루틴 등을 세밀하게 관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자기 전 조도를 낮추고 목욕과 수유, 책 읽기 등을 일정한 순서로 반복하는 취침 루틴은 기본이다. 수면 상태를 기록하는 베이비 타이머 앱을 활용해 아이의 패턴을 분석하고, 분리수면을 돕는 홈캠이나 모로반사를 완화하는 수면템, 옆잠을 유도하는 보조 도구 등 관련 용품도 다양해졌다. '잠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인식 대신, 관리하고 설계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관점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 부모는 강박, 아이는 분리불안

수면 컨설팅과 교육이 하나의 육아 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퍼버법(울리기), 쉬닥법(쉬 소리 내며 다독이기), 안눕법(안았다 눕히기) 등 온라인상의 기법을 아이의 기질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적용하다 낭패를 보는 식이다. "아이가 울다 구토를 했다", "분리불안이 더 심해졌다"는 경험담은 수면 교육이 정답은 아님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부모의 불안과 강박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육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또래 아이들의 '수면 성공 사례'가 쏟아지면서 부모들은 자연스레 비교의 늪에 빠진다. "우리 아이만 못 자는 건 아닐까", "혹시 아기를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꼬리를 물고, 전문가의 조언보다 온라인 후기가 더 강력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수면 패턴을 이유로 외출 자체를 포기하는 부모도 있다. 낮잠 시간이 10분만 어긋나도 하루가 망가진 것처럼 느끼고, 루틴이 깨졌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한 육아 커뮤니티 이용자는 "아기보다 내가 더 예민해진 것 같다"며 "아기가 잘 시간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는게 강박증이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수면교육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는 가정 안에서 또 다른 갈등을 낳기도 한다. 6개월 아기를 키우는 김선영 씨(29)는 수면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시어머니와의 마찰'을 꼽았다. 김 씨는 일을 나가는 동안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는데, 자신이 수면교육을 통해 눕혀 재우는 습관을 들여놔도 어김없이 포대기에 아이를 업어 재우는 방식으로 돌아가곤 했다.

김씨는 "아이의 꿀잠을 위해 일부러 비용을 들여 수면컨설팅을 받은 것이다. 한 번 안아 재우는 습관이 생기면 밤마다 같은 방식이 반복돼 아이도 부모도 더 힘들어진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시어머니 김미경 씨(59)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내가 애를 몇이나 키워봤는데, 평생 안아서 재워야 하는 애는 없다"며 "안아서 재우는 게 아이 정서에도 좋고, 요즘 부모들은 너무 이론에 매달려 아이를 키운다"고 말했다.

수면교육에 홈캠은 필수다. 혼자 누워 자는 연습을 시키면서도, 부모는 홈캠 화면을 끼고 밤을 보낸다.
수면교육에 홈캠은 필수다. 혼자 누워 자는 연습을 시키면서도, 부모는 홈캠 화면을 끼고 밤을 보낸다.

◆ 정답 없는 잠, 부모만의 책임일까

전문가들은 아기 수면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면컨설팅이나 수면교육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아이와 모든 가정에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기수면연구소 대표 김주하 소장은 "수면 공식은 처음 육아를 시작한 부모에게 지도와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도달해야 할 정답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정보가 알려주는 것은 평균일 뿐 각 아이의 특수성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면이 점점 부모 개인의 역량과 관리 능력으로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잠들지 않으면 부모의 선택이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고, 비교와 불안은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 된다. 특히 정보가 넘치는 환경 속에서 '잘 재우는 부모'와 '못 재우는 부모'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아기 수면이 부모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처럼 작동하는 분위기 자체가 문제"라며 "아이 재우기는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다. 어떤 아이는 어떻게 해도 잘 자는 순한 기질을 타고나지만, 어떤 아이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반응하는 예민한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아기 수면 문제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과거처럼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던 시대가 아닌 상황에서, 수면 문제를 부모 개인의 노력으로만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수유와 아기 수면 리듬에 대한 기본 교육과 수면 코칭이 보건소나 산후조리원 등 공공 영역에서 제도화돼 부모들이 자책하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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