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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닮은꼴 남발 도시재생 사업… 변화 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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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으로 5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달서구 송현희망센터 전경.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도시재생사업으로 5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달서구 송현희망센터 전경.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4천400억 원을 쏟아부은 도시재생 사업은 마을마다 다른 이름으로 진행됐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세부 사업 10개 중 8개는 닮은꼴이었고, 재생은 커녕 '복제'에 가까운 풍경만 남겼다.

지난 2018년부터 대구에서 시행된 27개 도시재생 사업을 전수 분석한 결과, 세부 사업 124개 가운데 95개(약 77%)가 기능적으로 유사했다. 막걸리 전수 사업이나 반려동물 특화 재생, 고택 문화스테이처럼 지역 고유성이 드러나는 사업은 29개에 그쳤다.

단순 환경 정비에 그친 사업인 ▷안심길 조성 ▷가로 정비 ▷집 수리 사업은 스무 차례 넘게 시행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소유자가 확인된 주택만을 대상으로 노후 건축물을 손보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비된 거리마다 들어선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도 사실상 복제됐다. 대구에 조성된 SOC 시설은 모두 76곳이지만, 이 가운데 4곳 중 1곳은 카페 기능을 포함한 유사 시설이었다. 공방·목공 작업실은 9곳, 공유부엌은 10곳으로 특정 유형의 공간이 반복적으로 양산됐다. 차별화된 기능이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사례는 찾기 어려웠고, 남은 공간 역시 사무실·경로당·주차장으로 채워지는 획일성이 보였다.

무작정 비슷한 시설을 짓다 보니 이용률과 수익성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 중구의 '한옥마을 공유공간'은 이용객을 확보하지 못해 2년 가까이 문을 닫은 채 방치됐다. 구청은 지난해 말에야 해당 공간의 용도를 '방앗간'으로 변경해 활용에 나섰다.

운영의 지속 가능성도 취약하다. 전체 시설 가운데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비율은 46.1%로 가장 높았고, 민간 운영이 42.1%, 공공과 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경우는 11.8%에 그쳤다. 공공이 운영에 개입할 경우, 도시재생 사업이 종료돼 재정 지원이 끊기면 시설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

민간 운영 시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운영 주체 대부분이 영세하고 전문성이 부족해 장기 운영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수익을 내기 쉬운 카페 조성에만 집중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실제로 민간이 관리하는 시설 가운데 63%는 카페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시재생 정책의 취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역 특성에 맞춘 재생을 유도하기 위해 ▷경제재생거점 ▷우리동네 살리기형 ▷지역특화재생 ▷뉴:빌리지 ▷인정사업 등 다양한 유형을 마련해 지원해왔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이 같은 정책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사업은 획일적으로 진행됐고, 주민 체감도는 낮았다. 달서구 송현동에 거주하는 장모(70)씨는 "센터 하나 지어진 것 말고는 삶이 달라진 게 없다"며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골목에 버려진 쓰레기도 그대로인데,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될까. 전문가들은 국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 사업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지자체가 중앙정부가 정한 예산과 사업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사업을 수행하는 용역사 풀 역시 제한적이다 보니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내기 쉬운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결국 이미 '성공 사례'로 평가된 사업을 답습하는 구조다"며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사업이 진행되고, 결과 역시 닮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는 성과 평가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도시재생 사업은 지자체가 자체 평가한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뒤, 경쟁을 거쳐 시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평가 체계 속에서, 장기적인 운영 가능성이나 지역 변화의 지속성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장명준 대구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회성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이 끝난 뒤에도 효과가 유지되는지다"며 "지속 가능성을 평가 기준에 포함한다면 사정이 조금 나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전 조사'의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도시재생에 공감하고 참여할 의지가 있는 주민이 있는지, 보존해야 할 지역 자산이 무엇인지부터 면밀히 살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 과정이 생략됐다. 결국 주민들 상당수는 사업이 끝난 뒤에도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구분하지 못했고, 마을을 유지·보존하기보다는 도로 확장이나 편의시설 확충 같은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개념과 주민 역할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사업이 추진되다보니, 사업 종료 후 주민들이 맡아야 할 거점 시설 운영도 동력을 잃었다.

강 교수는 "도시재생 사업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주민이다. 주민이 스스로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주민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민 참여 여부와 마을의 특징을 지자체가 사전에 조사한 뒤, 중앙 정부에 사업을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역시 사업이 하나 둘 종료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 개수 자체는 줄이고, 사업 기간을 늘려 문제를 해결해보려 한다. 신규 사업을 신청할 때도 고심할 계획이다"며 "특히 거점시설의 활용도를 늘리기 위해, 올해 안으로 운영 현황을 전수조사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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