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자국(自國) 중심 재편을 위해 '관세'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1단계 포고령(布告令)'은 엔비디아와 AMD 등의 일부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그쳤지만, 본질은 '2단계 조치'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압박한 것은 이번 조치의 목적이 세수 증대가 아니라 관세를 지렛대 삼아 반도체 생산 지도를 미국 본토로 강제 이전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臺灣)이 보여준 '선제적 양보'는 한국에 대한 압박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대만은 포고령 직후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2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TSMC 공장 5개 추가 증설을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해 '최혜국(最惠國)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강조하지만 미국은 "국가별 별도 합의"를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370억달러,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에 38억7천만달러 투자를 진행 중임에도, 미국은 파운드리를 넘어 메모리 생산 시설까지 본토로 옮기라며 압박 수위를 높일 태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내 생산기지 구축에 연간 수십조원의 자금을 쏟아붓는 국내 기업들은 당혹스럽다. 미국 요구대로 무리하게 투자를 늘릴 경우 비용 부담은 물론 '국내 산업 공동화(空洞化)'마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트럼프는 1987년 출간한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서 "지렛대 없이 거래하지 말라"고 했다. 공정함, 상호 이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상대가 피하고픈 상황, 즉 고관세가 트럼프의 지렛대다. 관세는 목적이 아니라 압박 수단이다. 최혜국 대우라는 립 서비스에 결코 안주(安住)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은 '투자 압박'과 '기술 주권' 사이에서 정밀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가 미국 빅테크의 AI 혁신에 필수 자산임을 내세워 상호 의존 관계를 각인시켜야 한다. 과거 약속에 매달리기보다 실질적 기술 우위와 치밀한 외교력을 결합한 세련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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