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위치한 역삼 센터필드의 매각을 둘러싸고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GP(운용사)와 LP(출자자) 간 갈등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국민연금공단, 신세계프라퍼티와 펀드 만기 연장 논의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강남 역삼동 소재 센터필드의 매각 자문사 입찰 접수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저녁께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수령했던 자문사들에 매각 취소를 고지했다.
이지스운용 측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이지스자산운용은 강남 역삼동 소재 '센터필드' 자산의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며 "펀드 만기 연장을 위한 수익자 간 협의를 공식적으로 개시함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주요 수익자인 신세계프라퍼티 측으로부터 펀드 만기 연장에 대한 공식적인 요청이 접수됐고 공동 수익자인 국민연금공단 역시 매각보다는 펀드 운용 기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임을 확인했다"며 "당사는 현재 진행 중이던 매각 절차를 중단하고 모든 수익자와 협의해 수익자의 이익과 펀드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한 펀드 만기 연장에 대한 협의를 우선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르네상스의 저주' 푼 역삼 센터필드, 부동산 개발 대표 성공 사례
역삼 센터필드는 서울 테헤란로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들어선 프라임 오피스로 현재 이지스운용이 운용 중인 '이지스210호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회사'의 핵심 자산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캡스톤APAC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2호'를 통해 에쿼티 포함 총 5548억원을 투입해 센터필드 지분의 48.4%(신세계그룹 전체 49.7%)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 대부분(49.7%)도 국민연금이 들고 있으며 이지스자산운용은 약 0.5% 안팎으로 보유 중이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015년 삼부토건의 법정관리로 시장에 나온 부지를 2018년 인수해 2021년 센터필드를 준공했다. 이후 아마존코리아, 크래프톤 등 우량 임차인들과 5성급 호텔 '조선 팰리스'도 입점해 강남역권(GBD) 최대 오피스 자산으로 성장하면서 '르네상스 저주'를 푼 부동산 개발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펀드 만기 앞두고 극명해진 입장차…"매각" vs "GP 교체" 초강수
하지만, GP인 이지스운용과 국민연금 등 주요 LP 간 갈등은 역삼 센터필드 펀드 만기를 앞두고 이해당사자 간 입장차로 시작됐다. 당초 이지스운용은 지난 2024년부터 출자자들에게 '중장기 연장 사업계획'을 제안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펀드 만기 연장에 찬성했지만, 국민연금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난해 10월 1년간의 단기 연장만 이뤄졌다.
이후 이지스운용은 센터필드가 포함된 부동산 펀드의 만기(10월)와 대출 상환 일자(9월)를 앞두고 매각 절차를 추진했다. 반면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는 매각을 '독단적 결정'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GP 교체를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 20일 내부 투자위원회 등을 가동해 센터필드의 GP 교체와 고양 스타필드의 매각을 결정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성과 보수 삭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센터필드와 같은 대형 자산이 매각되면 공개경쟁을 통해 형성된 '실제 매각가'가 성과 보수 산정의 기준이 되지만, 운용사를 교체하거나 자산 이관의 경우에는 실제 시장가보다 보수적으로 책정되는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정산하기 때문이다.
한 대체투자 업계 관계자는 "GP 교체나 자산 이관으로 방향이 바뀌면 감정평가액을 적용하게 되는데, 이 경우 감정가가 시장가보다 보수적으로 나오는 만큼 결과적으로 운용사 입장에서는 성과 보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봉합 국면 속 여전히 남은 변수…업계도 '긴장'
GP와 LP간 정면충돌이 이례적인 만큼 업계에서도 역삼 센터필드를 둘러싼 세 회사의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지스운용이 매각 절차를 중단하면서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연금이 여전히 자산 이관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체투자 시장은 살얼음판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개별 자산의 운용 갈등을 넘어 국내 대체투자 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운용 전략 이견 국면에서 GP 교체라는 강수를 두는 선례가 쌓일 경우 운용사들은 향후 매각 시점이나 운용 판단에서 시장 상황보다 LP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같은 핵심 LP가 운용 판단에 강하게 개입하는 사례가 반복되면 GP들은 결국 '눈치 보기'를 하게 된다"며 "이는 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갈등이 업계 전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펀드 만기 연장 의사를 밝히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진 않은 데다 세 회사의 충돌은 내부 이해관계자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발생한 하나의 '이벤트'로 보는 모습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AMC(자산관리전문회사) 교체에 적지 않은 계약·법적 리스크가 있을 테고 이지스운용도 연초 전주에 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양사 간 소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간 운용사를 강하게 압박한다는 인식을 주게 되면 향후 해외투자자 유치 등에도 어려움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섣불리 강한 조치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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