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농촌에서 드론 방제와 영농대행은 편의 기술 차원만은 아니다. 고령화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속에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다.
김헌조(44) 씨와 박동우(43) 씨는 각각 경주와 영덕에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해 영농대행단과 드론방제단을 운영하고 있다. 두 법인 다 구성원은 청년농업인들로, 소규모 농가와 고령·여성 농가를 대신해 농작업과 드론 방제를 하고 있다. 기존 농가는 생산에 집중하고 청년은 농촌에서 소득과 역할 및 일자리를 동시에 확보하면서 지역 농업의 활력을 높여가는 구조다.
〈김헌조 청년농부〉
김헌조 씨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17년 고향인 경주로 내려와 농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벼 19만8천347㎡, 콩 16만5천289㎡, 조사료 99만1천736㎡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처음에는 체력적으로나 수익 면에서 쉽지 않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의 농업구조를 만들어냈다.
2022년에는 경북농업기술원의 '청년농업인 영농대행단' 사업 참여를 위해 농업회사법인 '청년농부대행단'도 만들었다. 청년농업인 영농대행단은 경북농업기술원이 2021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사업으로 고령농과 여성농업인, 소농가 등 농기계 사용이 어려운 영농 취약계층에 농작업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최신 농기계를 활용해 이앙, 벼 수확, 조사료 작업, 비료 살포, 병해충 방제 등을 해준다.
◆청년농부대행단 운영…연간 수익 1억원
올해로 5년째인 '청년농부대행단'은 구성원이 현재 그를 포함 총 7명이다. 청년농업인 김병극, 전제원, 최효석, 백기호, 장상휘, 강동원 씨가 함께 하고 있다.
보유 장비는 농업용 드론 2대, 트랙터 4대, 베일러 1대다. 방제 실적은 개인 기준 누적 991만7천355㎡(300만 평)이고, 최근 5년간 출동 횟수는 1천 회 이상이다. 연간 수익은 1억원(누적 기준 5억원) 정도 된다.
대행단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자가농을 하다 보니 농기계와 장비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기본 장비를 갖춘 상태이긴 했지만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마침 청년농업인 영농대행단 사업을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
이후 장비를 고도화해 대행단을 가동했지만 초창기엔 일이 많지 않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내 일이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성실히 하다 보니 일거리가 점점 늘어났고 특히 일손이 부족한 고령농가 어르신들의 요청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규모도 커졌다.
'청년농부대행단'의 가장 큰 차별점은 청년 중심의 조직이라는 점이다. 작업 속도가 빠르고, 현장 대응력이 좋으며, 체력과 에너지가 좋다. 여기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니 이용 농가의 부담도 덜하다.
◆농기계 업그레이드 지원 필요
김헌조 씨는 대행단을 운영하면서 매출과 소득 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대행단 운영 전에는 자가농이라 수익에 한계가 있었다. 농기계 업그레이드로 작업 시간이 단축돼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개인 농사와 대행단을 병행하다 보니 쉴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서비스 이용 농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소규모 농가의 경우 모든 농기계를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과거에는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던 부분을 대행단이 대신하면서 적은 비용으로도 농사의 질과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다만 일부 대형 농가와는 가격이나 작업 시기 문제로 오해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지역 내 상생 구조를 통해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행단 운영을 통한 수익은 구성원 각자가 맡은 역할과 투입된 노동량에 따라 분배한다. 일한 만큼 가져가는 구조다. 경북에서 운영되는 청년농업인 영농대행단(2025년 기준 11개 단)은 평균적으로 단원 1인당 2천150만원의 농외소득이 발생했다.
그는 "앞으로 수익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농기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장비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자체나 경북도 단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청년농부 연령 기준 상향해야
김헌조 씨는 "처음 농촌으로 돌아왔을 때는 체력·수익 모두 불안정해 다시 도시로 나가야 하나 고민도 했다"며 "다행히 대행단을 통해 일거리와 안정적인 수익, 그리고 청년들이 함께 농업을 지킨다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면서 지금은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농업인이 늘어나야 농업의 미래도 있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서는 단기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정책, 실제로 농촌에 내려와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체계, 현실적인 예산과 장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만 40세로 제한한 청년농부 연령 기준과 관련해서도 "우리 농촌 현실에서는 40대 중반도 충분히 젊은 축에 속한다"며 "연령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더 많은 인력이 농촌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농부 박동우〉
영덕군 영해면에 거주하는 박동우 씨는 2004년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님이 경영하는 과수원(사과) 농사를 2018년까지 함께 했다. 현재는 개인적으로 수도작(벼농사)만 5ha 규모로 짓고 있다. 여기에 신규 과원 조성 및 과원 갱신 컨설팅, 농업회사법인 할아버지농부(주)를 통한 드론방제단 운영도 겸하고 있다. 법인 이름에 할어버지가 들어간 것은 청년농업인들이 운영하는 것이지만 대대손손 가업으로 잇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드론 농업에 일찍 눈뜨다
드론을 활용하면 넒은 면적을 일시에 집중 방제할 수 있어 병해충 확산 방지를 위한 초기 대응에 효과적이다. 박동우 씨는 이런 드론 방제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케이스다. 2019년 경북농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드론 방제를 시작했고, 이듬해인 2020년에는 영덕군에 드론 공동방제를 제안해 드론 4대(4개 팀)로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2023년 경북농업기술원의 청년농업인 드론방제단 사업에 참여하면서 방제단을 본격적으로 재정비하게 됐다. 현재 보유한 드론은 6대이고 팀원은 12명(사수 6명, 부사수 6명)이다. 방제 규모는 매년 1천ha 정도다.
영덕군은 80%가 공동방제(1차, 2차), 20%는 개인방제인데 공동방제의 수익금은 공동으로 배분한다. 지난해의 경우 ha당 11만원 정도가 배분됐다. 경북에서 운영되는 방제단(2025년 기준 23개 단)의 경우 1인당 평균 1천120만원의 농외소득이 발생했다.
그는 "영덕군에 사업을 건의할 당시에는 기술 도입이 어려웠고 심지어 부모님도 장난감 같은 걸로 무슨 방제를 하겠냐고 반대했다"며 "하지만 저는 드론을 농업에 무궁무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지금은 그 예상대로 방제 뿐 아니라 병해충 예찰, 꽃가루 살포, 산불 예찰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뿌둣해했다.
◆공동방제 위한 인력 양성 필요
드론방제 특성상 방제 시기가 굉장히 더울 때인데 그때가 되면 새벽 4시에 팀원들과 모여 장비와 기상 체크, 방제 위치 확인, 전반적인 점검 후 방제를 한다. 이렇게 적절한 시기에 일사분란하게 방제를 하니 방제 기간이 짧아지고 방제 효과도 높아졌다. 수도작 농가와 사과재배 농가의 호응이 높은 이유다.
또 드론방제단 팀원들 대부분이 영덕지역 농가 2세라 지역 사정에 밝고 웬만해선 현장에서 민원 처리가 바로바로 다 된다는 점도 기존 농가에 어필 되는 부분이다. 드론으로 방제해준 덕분에 벼수매에서 특등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주어진 방제 일정에 따라 최대한 신속히 방제를 해서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중장기적 목표는 지역별로 시간 차이를 두고 공동방제를 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많은 인력을 양성해 면 단위가 아닌 군 단위로 공동방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정우 씨는 "새로운 팀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드론 방제는 면허만 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알고, 약을 알고, 그 지역의 전반적인 특성을 알아야 하는 작업인데 청년들이 드론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달려든다"고 아쉬워했다.
◆농업·농촌, 청년들에겐 기회
그는 농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 편이다. 농산물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걸로 봐선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농업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드론 방제만 해도 이상기후 등으로 돌발 병해충 발생이 늘어나고 드론 기술 또한 시간이 지나면 더 정밀하고 빨라질 것이니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농촌에 청년들이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란 얘기다.
귀농귀촌을 염두에 두는 청년들을 향해서는 "저 또한 처음에 1억원을 지원받아 드론을 시작했는데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해보시라"며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연장이라도 누구 손에 가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듯, 보조사업이나 지원금에만 의존하면 그 돈이 떨어질 때 포기하기 쉬우니 노력 없이 거저 되는 게 없다는 것을 꼭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꼭 농사를 지어야 농촌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바리스타, 요리 전문가, IT 전문가도 영덕군에 잘 적응해 사업 번창한 사례를 여럿 봤다"며 "농촌생활에 대한 막연한 걱정은 접고 여기에서 기회를 잡아보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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