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반 화창한 일요일 오후, 대구의 한 골목 안쪽 양철지붕 앞마당. 오늘날처럼 미용실이 흔치 않던 시절. 아버지는 바닦에 신문지 한 장을 땅바닥에 펼치며 9살 순이 딸래미를 부른다.순이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평소엔 김치도 썰고 옷감도 자르던 '전천후 무쇠 가위'로 순이의 길게 자란 앞머리 자르기를 준비한다.
"아빠, 이거 진짜 안 아픈 거 맞지? 저번에 철수 오빠는 피 났단 말이야!", "가만 있어라! 철수는 지랄 맞게 움직여서 그런 거고. 너는 예쁜이라며? 가만있어야 연예인처럼 된다."
아빠의 ' 감언이설에 속아 의자에 앉았지만, 눈앞에서 번쩍이는 가위날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아빠의 엄포가 이어진다. "가만있어라,움직이면 귀 잘린다! "
그 순간부터 순이는 숨 쉬는 법조차 잊었다. 양눈을 질끈 감고, 혹시라도 가위가 콧등을 스칠까 봐 코를 잔뜩 찡긋거린다.
"사각, 사각."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톱날이 숲을 헤치는 소리처럼 귓가를 울린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콧등에 내려앉아 간지러워 죽을 지경이지만, '귀가 잘릴 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순이는 석상처럼 버틴다.
마침내 들려오는 구원의 목소리. "자, 다 됐다! 이제 눈 떠봐라. 아이고, 세상천지 이렇게 예쁜 애가 어딨노!"
하지만 조심스레 눈을 뜨니 거울 속에는 반달모양의 박 바가지를 머리에 쓴 자신을 발견한다."아빠, 이게 뭐야! 너무 짧잖아!" 아빠는 들은 척도 하지않고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치운다.
이창원 작 '예쁜이의 표정'의 작품은 아이의 비장한 표정 뒤에 숨겨진, 그 시절 우리들의 '앞마당 미용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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