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 하류도 동이족 문화의 땅
1월에 장강(양자강) 중·하류 지역을 답사하고 왔다. 놀랍게도 장강 중·하류 유역 곳곳에도 동이족 선조들의 유적이 널려 있다.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주장이 아니라, 중국학자들이 제시한 견해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이화(易華)는 "동아시아 신석기시대의 모든 문화는 이(夷)문화이다(『이하선후설』, 2021)"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발굴을 하면 할수록 이(夷)문화 유물은 많이 나오지만, 한족(漢族)의 문화라는 하(夏)문화 유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동이문화는 무엇이고, 동이족은 어떤 지역에서 살았을까? 지역으로 나누면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한반도와 동북 3성(길림·흑룡강·요녕) 지역의 동북방지역, 황하 상·중류 및 황하 하류 및 산동반도의 중원지역, 그리고 장강 중·하류지역이다. 각 지역마다 대표적인 문화가 존재한다. 동북 지역은 홍산문화(紅山文化, BC4500~BC3000), 황하 중상류 지역은 앙소문화(仰韶文化, BC5000~BC), 황하 중하류 지역은 대문구문화(大汶口文化, BC4300~BC3000)가 대표적이다. 장강 중·하류 지역은 하모도문화(河姆渡文化, BC5000~BC4500)와 양저문화(良渚文化, BC3300~BC2300)가 대표적이다. 이는 모두 동이족 문화인데, 산맥과 큰 강 같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동이족 선조들은 물길을 이용해 서로 교류하였다. 그 결과 넓은 지역에 분포한 동이족 선조들은 비슷한 문화적 특징을 공유할 수 있었다.
◆동이문화의 공통 특징과 상징체계
동이문화의 공통된 특징은 하늘 숭배신앙이다. 태양 숭배, 새 숭배, 조상 숭배, 용 숭배, 돼지 숭배와 옥기(玉器), 점복(占卜) 문화, 부호(符号) 문자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장강 하류의 상산문화(上山文化, BC9400~BC8600)에서는 태양 무늬가 새겨진 도자기 조각이 발견되었다. 오래전부터 동이족들이 태양을 숭배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상산문화 이후의 하모도문화에서는 새가 태양을 등에 지고 날아가는 모습을 새긴 상아 조각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무늬의 상아 조각이 산동반도의 대문구문화에서도 출토되었다. 동이족들은 해가 뜨고 지는 현상을 새가 태양을 나르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래서 태양과 새를 함께 그린 예술 작품들을 남겼다.
고대 동이족은 태양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무늬를 사용했다. 그중 하나가 팔각형 모양이다. 황하 중상류의 앙소문화와 산동 지역의 대문구문화에서는 팔각형의 무늬 그릇이 많이 보인다. 또 남경(南京) 남서쪽의 능가탄문화(凌家灘文化 BC3800~BC3300) 유적에서는 새가 태양을 품고 날아가는 모습을 새긴 옥기가 발견되었다. 새의 몸통에는 팔각형 모양의 태양이 그려져 있고, 새의 양쪽 날개에는 풍요를 상징하는 돼지머리가 달려있다. 동이족들은 또 돼지를 북두칠성과 연결해서 생각했다. 북두칠성의 기운이 흩어져 돼지가 되었다고 믿은 것이다. 하모도문화에서 해를 품은 하늘 돼지 문양의 그릇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돼지를 하늘과 관련된 존재로 여겨졌음을 말해준다.
새는 태양과 같은 존재이자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상징으로 생각했다. 강소성(江苏省)의 양저문화인 조릉산 유적(赵陵山遗址)에서는 사람 머리 위에 새가 하늘을 향하는 모양의 옥 장식이 발견되었다. 새가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로 여겨졌음을 말해준다. 해와 새, 북두칠성은 모두 하늘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해, 새, 돼지는 하늘을 상징하는 존재로 생각되었다. 이처럼 장강하류지역 문화의 상징체계는 동이족의 상징체계와 동일하다. 따라서 장강하류지역 문화도 동이족 문화임을 알 수 있다.
◆능가탄 사람들의 우주관
장강 하류 지역의 능가탄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은 옥기이다. 이곳에서는 옥으로 만든 도끼와 새(鳥) 신인(神人), 거북이 모양의 장식(玉龟甲), 호랑이 머리 옥황(虎首璜), 옥룡(玉龍) 등이 발견되었다. 능가탄 박물관에는 이 옥기들의 원류는 북방의 홍산문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옥으로 만든 거북이 장식인 '옥귀갑(玉龟甲)'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고대 동이족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생각했다. 등은 둥글고 배는 평평한 거북을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겼다. 옥귀갑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끈을 연결해 착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발굴 당시 인골의 허리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옥귀갑의 둥근 부분에 뚫려 있는 네 개의 구멍은 북두칠성의 머리인 북두를 상징한다. 옥귀갑 안에는 네모난 옥판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팔각형 문양이 있고, 그 바깥에는 원과 네모 모양이 새겨져 있다. 이 무늬에 대해 어떤 학자는 팔괘(八卦)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또 어떤 학자는 사계절과 절기를 나타낸다고 해석한다. 옥귀갑은 고대 동이족이 하늘의 뜻을 묻거나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으로 보인다.
능가탄에서 발견된 신인상은 쭈그리고 앉아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있다. 이 모습은 홍산문화에서 나온 옥 신인상과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능가탄 신인상의 머리가 납작하다는 것이다. 머리를 납작하게 만드는 '편두(褊頭)'는 동이족의 풍습이다. 대문구문화와 능가탄문화 사람들도 편두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韓)'조에는 진한 사람들이 편두를 했다는 기록이 있어 동이족의 오랜 풍습임을 알 수 있다.
또 능가탄에서 발견된 호랑이 머리 모양의 옥장식은 호랑이 숭배사상을 보여 준다. 훗날의 『삼국지 위서』 「동이전」 '예(濊)'조에도 예 사람들이 호랑이를 신으로 여기고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호랑이 숭배사상은 동이족의 중요한 전통 가운데 하나였다.
◆양저문화와 국가형성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와 태호평원(太湖平原)의 장강하류 일대 양저문화에서는 호랑이와 돼지, 사람의 얼굴이 합해진 신인수면문(神人獸面紋) 옥기가 많이 출토되었다. 그 중에서도 안이 둥글고 밖은 네모난 옥종(玉琮)과 둥그런 옥벽(玉璧), 옥 도끼의 옥월(玉鉞) 3종 세트가 처음으로 같이 발견되었다. 안은 둥글고 밖은 네모난 옥종은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데, 여기 새겨진 신의 형상에는 커다란 눈이 부각되어 있다. 눈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은 존재, 느낄 수 있지만 묘사는 할 수 없는 존재인 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신의 얼굴이 홍산문화의 옥저룡와 매우 닮아있다. 옥월에는 신과 새가 동시에 새겨있는데 이는 왕이 하늘과 직접 소통하는 천명(天命)을 받은 존재임을 나타낸다.
양저문화는 능가탄문화와 하모도문화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형성된 문화이다. 하모도 문화에서 이미 물을 다스려 농사짓던 흔적이 보이는데, 이런 수리 기술은 양저문화에 이르러 더욱 발전하였다. 양저문화의 중심인 양저고성(良渚古城)은 계획도시이다. 양저고성은 제사 공간과 귀족 묘지, 옥기 제작 공방, 대규모 취락 등이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중심부에는 귀족이 거주하고, 내성에는 제사구역과 수리시설이 갖추어진 3중 구조의 도시로서 국가의 형성을 보여준다. 양저문화는 약 5천 년 전에 제방과 운하, 저수지 등을 만들어 홍수를 막고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했으며, 물길을 이용해 운송과 수자원도 관리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규모의 수리시설을 갖춘 문화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양저문화를 계획도시이자 세계 최초의 수리 국가, 그리고 신권 국가로 평가하며 동아시아 최초의 국가급 문명으로 본다. 그리고 201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였다.
◆신권정치와 천손사상
양저문화의 지배층 무덤에서는 다양한 머리 장식용 옥기가 많이 발견된다. 국가 조직을 유지하려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줄 정체성과 신앙이 필요하다. 그 신앙은 하늘과 조상, 그리고 우주의 질서를 믿는 생각이었다. 이를 눈에 보이게 보여주는 수단이 바로 귀한 옥기였다. 옥으로 만든 머리 장식은 착용한 이가 하늘과 조상과 연결된 존재임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강력한 지배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권장(权杖 지팡이)에는 신인수면문과 새 문양이 가득 새겨져 있다. 이는 왕이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재이자 세상의 질서를 다스리는 신성한 존재임을 상징한다.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새 숭배 사상은 하늘의 자손이 알로 태어난다는 난생 신화로 이어졌다. 동이족의 조상숭배가 하늘 숭배와 연결되는 것은 자신들의 조상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에까지 분포하고 있는 난생사화는 동이족의 시조가 모두 하늘의 자손이라는 생각을 보여 준다.
◆절강성에 있는 고인돌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이번 답사에서 놀라운 사실은 절강성(浙江省) 남쪽의 고인돌들이다. 절강성(浙江省) 서안(瑞安)의 기반산(棋盘山)과 평양(平阳)현의 용산두(龙山头) 및 창남(苍南) 동교(桐桥) 일대에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었다. 중국에서는 고인돌을 '석붕묘(石棚墓)'라고 부르면서 상(商), 주(周) 시대에서 춘추전국시대의 장례풍습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의 고인돌 문화가 일본과 한국 등 주변 지역의 무덤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는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로 선정해 보호하지만 과거에는 주민들이 윗돌이나 받침돌을 떼어 건축 자재로 사용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고인돌은 거의 없다. 고인돌은 고조선의 표지유물이기도 한 데 북쪽에는 요동반도와 산동반도에 남아 있다. 절강성 남쪽 끝의 고인돌은 동이족의 유적은 분명한데, 그 성격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다원일체'설명과 그 한계
현재 중국에서는 수많은 선사유적들이 발굴되는데 그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런 선사유적들을 "별이 가득한 하늘(滿天星斗)"에 비유하는데, 대다수 문화가 동이족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앙소문화, 대문구문화, 굴가령문화(屈家岭文化), 석가하문화(石家河文化), 능가탄문화, 홍산문화, 양저문화, 도사문화 등 여덟 개를 중화문명의 기원과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문화로 설명한다. 특히 양저문화는 중화문명의 초기 문명이며, 여러 요소가 하나로 합쳐진 '다원일체'의 특징을 지닌다고 말한다. 56개 민족연합국가라는 현 중국의 다민족 국가 형성이 양저문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중국 동북방문화뿐만 아니라 중원문화와 장강의 중하류의 선사문화는 동이족 문화이며 "양저문화는 동이문명의 정점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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