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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캐릭터 전성시대, 지자체 캐릭터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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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와 9개 구·군 캐릭터를 한데 모았다.
대구시와 9개 구·군 캐릭터를 한데 모았다.

출범 3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지방자치 만큼 익숙하지 않은 존재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마스코트 캐릭터(이하 지자체 캐릭터)다. 상당수 지자체가 구색으로만 갖추기에 주민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단체장이 바뀌면 교체되기 일쑤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본래 목적인 상징성을 담는 걸 넘어 캐릭터로 수익과 부가 효과를 내고자 열심이다.

캐릭터 소비가 퍽 늘어난 시대다. 뽀로로 다음 아기상어 다음 티니핑 등 아이들을 공략하는 캐릭터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MZ세대는 좋아하는 아이돌·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가방에 키링(열쇠고리)으로 주렁주렁 달기 바쁘며, 어른들도 어린 시절 추억의 캐릭터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에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인기 캐릭터를 쓰려고 경쟁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IP(지적재산권) 시장 규모는 2005년 2조7000억원대였던 게 20년이 지난 2025년 추정 16조2000억원대로 6배로 커졌다. 그만큼 캐릭터 없인 못 사는 세상이 됐다는 방증일텐데, 지자체 캐릭터가 비집고 들어가 기회로 잡을 순 없을까?

◆지역 '홍보대사'→돈 버는 '영업사원'

지자체 캐릭터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시행 후 주로 지역 위인·특산품을 모델로 삼거나 설화·민담을 아이디어로 활용해 하나 둘 탄생했다. 붐이 일어난 건 2000년대부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0~2005년에만 108개 지자체가 175개 캐릭터를 개발한 걸 시작으로 현재 17개 광역자치단체 및 243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광역시·도는 전라북도를 제외하고, 시·군·구는 서울 강남구와 노원구·대전 동구(구 캐릭터 대신 18개 동 마스코트 사용)·강원 강릉시(홍길동 캐릭터를 보유했으나 2009년 홍길동 고향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인 전남 장성군에 패소해 상표등록 취소) 등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다 갖추고 있다.

2020년 제3회 우리동네 캐릭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탄 경기 고양시 캐릭터
2020년 제3회 우리동네 캐릭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탄 경기 고양시 캐릭터 '고양고양이'. 고양고양이는 이 대회 1회에서 특별상, 2회 땐 최우수상을 수상해 3년 연속 수상 기록을 세웠다. 고양시 제공

그러다 처음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지자체 캐릭터 사례가 나왔다. 2011년 만들어진 경기 고양시 캐릭터 고양고양이다. 한 공무원이 고양시 지명에서 착안해 만든 고양이 캐릭터와 SNS에서 말끝마다 "~고양"이라고 붙이는 귀여운 말투를 두고 관공서 전시행정 이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큰 호응이 나왔고, 이에 2013년부터 원래 고양시 캐릭터 코코를 대체했다. 지자체 캐릭터가 스스로 갇힌 '틀'일 수 있는 의미(지역 소재)보다 재미(고양시와 같은 발음인 고양이)에 집중하니 효과가 커진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서울 양천구에서도 나왔다. 원래 원구화(구의 꽃) 해바라기를 활용한 해누리가 있었는데, 지도상 양천구 경계선이 마치 강아지처럼 생긴 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이게 그대로 2017년 양천구 캐릭터 해우리로 개발됐다. 해누리와 공동 캐릭터이자 양천구 반려견 축제 마스코트로 쓰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 경계선. 네이버 지도
서울 양천구 경계선. 네이버 지도
서울 양천구 캐릭터 해우리. 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 캐릭터 해우리. 양천구 제공

◆펭수·日쿠마몬 롤모델로 떠올라

2019년엔 지자체는 물론 공공기관과 사기업에도 큰 자극을 주는 사례가 나타났다. 지자체 캐릭터는 아니다. EBS(교육방송) 캐릭터 펭수다. 기존 EBS 캐릭터들과 달리 성인을 타깃으로 한 유머 코드로 전국적 인기를 얻으며 광고 모델·협찬·상표권 판매·라이선스 상품(굿즈) 출시 등으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9개월 동안 10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9년 10월 부산에서 팬사인회를 진행한 EBS 캐릭터 펭수. EBS 제공
2019년 10월 부산에서 팬사인회를 진행한 EBS 캐릭터 펭수. EBS 제공

펭수를 계기로 지자체 캐릭터에 대해 지역을 홍보하는 기본 임무에 더해 지역경제 살리기까지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면서 언론과 학계가 재주목한 사례가 일본 구마모토현 캐릭터 쿠마몬이다. 2010년 구마모토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들어져 관광상품·교통서비스·테마파크 등 각종 지역경제 요소와 연계돼 영업사원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 2011~2023년 누적 매출액이 1조4000억엔에 달한다. 한국 돈으로 연 1조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2020년 다른 상업 캐릭터들을 제치고 일본 캐릭터 호감도 1위도 차지했다. 쿠마몬은 구마모토현 공무원이라는 의인화 설정이 특징인데, 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이라는 설정이 인기 요소였던 펭수가 벤치마킹한 맥락이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세계 최대급 크루즈 수용 시설인 쿠마몬 포트 야츠시로의 쿠마몬 조형물. 구마모토 투어리즘 가이드 웹사이트
일본 구마모토현의 세계 최대급 크루즈 수용 시설인 쿠마몬 포트 야츠시로의 쿠마몬 조형물. 구마모토 투어리즘 가이드 웹사이트

◆예산낭비·부실관리·교체문제 도마에

스타가 된 펭수를 따라하고 엄청난 실적을 올리는 쿠마몬을 목표로 삼았지만, 국내 지자체 캐릭터들은 주목할 성공 사례를 내놓지 못했다. '공공' 내지는 '복지부동'의 관성 탓일까?

전북 전주시는 캐릭터 관리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신유정 전주시의원은 지난 1월 29일 의회 자유발언에서 "난립한 캐릭터를 정리해 전주의 얼굴을 하나로 정비해야 한다"며 전주시 캐릭터 맛돌이·멋순이를 비롯해 시·출연기관 등 11개 이상 공공 캐릭터를 언급했다. 대부분 인지도가 미미하거나 활용도가 낮다는 비판이었다. 신 의원은 캐릭터 개발 용역과 사업에 4억5천만원이 투입된 점을 가리키며 "일부는 저작권이나 상표권조차 확보 못했다. 활용 전략 없이 필요할 때마다 개별 용역으로 제작하다 보니 예산 투입만 반복됐다"고 지적, "기존 캐릭터 리뉴얼·신규 캐릭터 개발·목적별 캐릭터 통합이 필요하다. 잘 정립된 대표 캐릭터는 전주를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직관적 '도시의 언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 캐릭터 꿈돌이 등 꿈씨패밀리. 대전시 제공
대전시 캐릭터 꿈돌이 등 꿈씨패밀리. 대전시 제공

대전시 캐릭터 꿈돌이는 과거 부실 관리를 개선해 체계적 전략으로 도시의 언어가 되고 있는 사례다. 1993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로 탄생한 꿈돌이는 추억 속 캐릭터로 퇴장하는듯 했으나 2020년 카카오TV 내 꿈은 라이언을 통해 주목받아 다시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을 밟고 있다. 대전시는 마침 대전엑스포 개최 30주년이었던 2023년엔 꿈돌이와 꿈순이를 비롯해 친구·가족 캐릭터를 추가한 꿈씨패밀리를 구성, 캐릭터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런 재정비 과정에선 갑론을박도 불거진다. 첫 대중적 인기 사례인 고양고양이는 10년 만인 지난 2023년 가와지쌀 캐릭터로 교체되며 사용이 중지돼 논란이 발생했다. 희소한 성공 사례이자 고양시 인지도를 높인 자산을 왜 폐기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1월 18일 페이스북으로 "고양고양이 캐릭터 역시 한 시대의 노력 속에서 탄생한 소중한 자산"이라면서도 "고양시의 고유성과 산업적 잠재력을 충분히 담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가와지쌀 캐릭터는 고양시만의 역사·문화·특산물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도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구시 캐릭터 패션이. 대구시 제공
대구시 캐릭터 패션이. 대구시 제공
경상북도 캐릭터 신나리.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 캐릭터 신나리. 경북도 제공

◆대구경북도 '두 마리 토끼' 잡을까?

교체 고민은 대구시 캐릭터도 공유한다. 2000년 지정된 '패션이'이다. 섬유패션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캐릭터인데, 25년이 흐른 지금 대구 섬유패션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의미가 퇴색됐고 시민들도 잘 모른다. 그래서 2018년 캐릭터 교체 움직임도 나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1999년 도입된 경상북도 캐릭터 신나리도 비슷한 처지다. 신이 난 갓 쓴 나리(지체 높은 사람)의 모습인데, 갓 쓴 양반의 고장 안동에 경북도청이 있는 건 맞지만, 역시 매력과 인지도 모두 크게 떨어진다.

도달쑤 가방.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공식 온라인 스토어
도달쑤 가방.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공식 온라인 스토어
엄마까투리 애니메이션 포스터. 경상북도 제공
엄마까투리 애니메이션 포스터. 경상북도 제공

대신 대구시는 대구 도심 하천 신천에서 발견되는 멸종위기종 동물 수달로 2020년 도달쑤(도시 달구벌 수달) 캐릭터를 제작, 사실상 대구시 캐릭터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열리는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굿즈로도 출시돼 좀 더 인지도를 높일 태세다.

경북도는 실은 신나리 캐릭터의 미미한 존재감이 아쉬울 것이 없는 게 안동시와 공동기획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EBS·퍼니플럭스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엄마까투리 캐릭터를 성공 사례로 보유 중이다. 동화작가 권정생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특히 아이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귀여운 꿩병아리 캐릭터들을 가족 세계관으로 탄생시켜 지역과 콘텐츠 시장에서 두루 활용하고 있다.

뚜비 키링. 뚜비몰
뚜비 키링. 뚜비몰
대구 수성구 캐릭터 뚜비 굿즈 판매와 관광안내소를 겸하고 있는 수성못 모티. 뚜비몰
대구 수성구 캐릭터 뚜비 굿즈 판매와 관광안내소를 겸하고 있는 수성못 모티. 뚜비몰

지역 상징성을 담으면서 상업 캐릭터 시장도 공략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시도는 대구경북에서 지속해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대구 수성구 캐릭터 뚜비가 활발하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 망월지의 생태 가치를 알리고자 지난 2024년 4월 출시된 뚜비는 곧장 첫 굿즈 상품을 선보여 18개월 만에 2억여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 종류도 50여종까지 확장했다. 지자체 캐릭터지만 처음부터 상품화에 공을 들인 것. 굿즈 생산 일부를 지역에서 맡고, 지역 업체와 제과 등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는 등 지역경제와의 밀착도 특징이다. 이어 문을 두드린 게 해외 진출이다. 수성구는 홍콩 글로벌 마케팅 라이선싱 전문기업 OBG와 뚜비 IP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월 25일 밝혔다.

경북 김천시 캐릭터
경북 김천시 캐릭터 '오삼이'의 모델이 된 반달가슴곰 KM-53. 매일신문DB
2024년 김천김밥축제 당시 경북 김천시 사명대사공원에 설치된 김천시 캐릭터 오삼이 조형물. 발바닥에 김밥 이미지가 그려졌다. 김천시 인스타그램
2024년 김천김밥축제 당시 경북 김천시 사명대사공원에 설치된 김천시 캐릭터 오삼이 조형물. 발바닥에 김밥 이미지가 그려졌다. 김천시 인스타그램

경북 김천시 캐릭터 오삼이는 최근 대박을 터뜨린 김천김밥축제와 결합해 생명력을 연장한 사례다. 2020년 김천시는 방사지 지리산에서 김천 수도산으로 터전을 옮긴 반달가슴곰 KM-53을 지자체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런데 KM-53은 2023년 6월 경북 상주에서 민가침입 등 사고 방지를 위한 국립공원공단 포획 과정 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오삼이의 서사는 멈추지 않았고, 2024년 김천김밥축제 성공을 계기로 김천 특산품 자두·호두로 맛을 내고 오삼이를 형상화 한 흑미밥을 넣은 오삼이김밥이 편의점에 출시되기도 했다.

대전 꿈돌이는 엑스포 종료 후 행사장에 마련된 꿈돌이랜드가 폐쇄되자 훼손된 채 방치된 꿈돌이 모형으로 시민들 인식 속에서 폐기 판정을 받았지만, 부활 서사를 썼다. 오삼이도 죽은 KM-53을 기리는 역할까지 부여받아 좀 더 특별한 캐릭터 서사를 써 나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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