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고드름 추락에 혼비백산…78도 술 마시고 혼비백산" 등등, 요즘 자주 쓰이는 말이 혼비백산이다.
'혼비백산'(魂飛魄散)은, '넋 혼, 날 비, 얼 백, 흩어질 산'으로, "넋이 날아가고 얼이 흩어지다"라는 뜻이다. 몹시 놀라거나 두려워서 정신을 못 차리고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나타낸다.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에서는 사람의 몸이 '하나의 기운' 즉 '일기'(一氣)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일기는 소극적 활동의 물질적 에너지인 음기(陰氣)='백(魄)'과 적극적 활동의 정신적 에너지인 양기(陽氣)='혼(魂)'으로 결합해 있다고 보았다. 혼과 백이 조화를 이루면 건강하고 온전한 삶을 이루며, 부조화되거나 분리해 버리면 병이 나거나 죽게 된다고 보았다.
우리의 언어 습관에서 백은 '얼'로, 혼은 '넋'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얼'은 무겁고 비활동적이기에 지상으로 흩어져서 가라앉는 성질을, '넋'은 가볍고 활동적이라 천상으로 떠올라 날아다니는 성질을 갖는다. 그래서 혼은 날아가고, 백은 흩어진다는 '혼비백산'이란 말이 생겨났다.
중국에서는 일찍이 『춘추좌씨전』에 '혼백'이란 말이 보이긴 하나 이즈음에 '혼비백산'이란 사자성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처음 혼비백산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은 –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 당나라 초기의 한의학자인 손사막(孫思邈, 541~682)의 『천금요방』(千金要方)에서다. 이후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율곡집』, 『여유당전서』 등에도 등장한다.
물론 우리의 언어 습관에서는,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 일찍이 사람이 죽으면 "혼(=넋)은 하늘로 날아가고, 백(=얼)은 땅으로 흩어진다"라는 암묵지를 갖고 있었다.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를 보자. "백골이 진토(塵土)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白骨爲塵土, 魂魄有也無)라 하지 않던가. 그리고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이 하늘로 날아가고 백이 황천에 떨어져서…"(人之死也 魂飛於天, 魄落於泉…)라고 하였다. 이 혼비백산을 근거로 제사나 명당의 원리가 설명된다.
동아시아에서는 인간의 의식을, '양-음' 배열로 3층의 구조로 나눈다. 즉 표층에 <의(意)-지(志)>가, 중간층에 <혼-백>이, 최저층에 <신(神)-정(精)>이 위치한다. 먼저, 표층인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의(意)', 소극적으로 숨어 움직이는 지(志)가 있다. 다음으로, 이들의 근저에다 혼-백을 둔다. 마지막으로, 이(혼백) 밑바닥에 신(神)-정(精)을 설정한다.
흔히 '정, 기, 신'이란 3종 세트를 언급한다. '정'이란 글자는 '쌀 미(米)' 자와 '푸를 청(靑)' 자가 결합해 있다. 미는 쌀알인데, 청은 이 쌀알의 배아(胚芽) 부분 즉 '쌀눈'에 해당한다. 쌀눈에는 곡식의 에너지(정기)가 모여 있다. 이것이 떨어져 나가면 심어도 싹이 돋지 않는다. 한 마디로 정은 에너지의 응집체이다. 기는 이 정에 속한다. 정이란 것은, 호흡으로 하늘의 기운을, 음식으로 땅의 기운을 모아서 생긴다. 기는 이 정을 바탕으로 한다. 정력이 신체활동의 근원이므로, 정이 없으면 신(神)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정을 '등유'(燈油)라 한다면, 기는 '심지'이고, 신은 '촉광'(燭光) 즉 나아갈 방향을 잡는 불빛이다.
북송의 사상가 정이는 "정은 신을 위해서 써야 한다"라고 했다. 사람이나 사회의 정력은 바른 정신머리를 위해 쓰여야 한다. 혼비백산 말고, 정신 줄 꽉 부여잡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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