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이슈] 국산 천만영화 부활할까? '왕과 사는 남자' 시작으로 '휴민트' '국제시장2' 등 후보군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영화
영화 '왕과 사는 남자'(2026) 포스터. 쇼박스

1천만 이상 관객을 모은 영화를 뜻하는 '천만영화'. 대한민국 영화산업 활황을 가늠하는 지표다.

지난해(2025년)는 코로나19 대유행 타격을 입은 2020·2021년을 제외하고 14년 만에 국산작은 물론 해외영화까지 포함해 천만영화가 단 한 편도 나오지 않은 해였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OTT 확산, 영화표 가격 인상, 수준 높아진 관객들의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반응, "외출하면 영화 말고도 즐길거리가 많다"는 여가문화 변화가 복합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화산업 위기론이 짙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대중매체의 자리를 좀체 잃지 않고 있다. 세상을 관통하는 작품이 나와 대중의 마음을 흔들면 천만영화 릴레이가 재개될 수 있다.

올해 천만영화 후보작은 일단 두 편 개봉했다.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잇따라 극장에 걸려 발길을 모으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다.

영화
영화 '왕의 남자'(2005) 포스터. 시네마 서비스
영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영화 '명량'(2014) 포스터. CJ ENM MOVIE

◆'왕과 사는 남자' 순항중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26일 0시 현재 관객수 652만을 돌파, 올해 천만영화 릴레이의 첫 주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 때 삼촌 수양대군(세조)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노산군 이홍위)이 유배지 강원 영월 청령포에서 촌장 엄흥도 등 주민들과 교감했다는 '실화 반 각색 반' 이야기다.

만약 이 작품이 천만영화가 되면 제목에 '왕'과 '남자'가 들어가면 뜬다는 법칙을 공고히 하게 된다. 두 키워드가 들어간 '왕의 남자'(2005)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이하 광해)가 각각 똑닮은 1천230만여 관객을 모았다. 왕의 남자는 연산군, 광해는 광해군,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과 세조라는 조선의 '문제적' 왕들의 시기를 다룬 게 비슷하다.

더불어 세 작품 모두 선거를 코앞에 둔 선거철에 개봉했다. 2005년 12월 개봉한 왕의 남자는 4회 지방선거(2006년 5월 31일), 2012년 9월 개봉한 광해는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 2026년 2월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9회 지방선거(2026년 6월 3일)와 시기적으로 연결고리를 갖는다. 왕과 선거는 권력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공통점이다.

물론 영화 내용과 선거 결과를 엮는 건 별개의 문제. 참고로 4회 지선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12개 광역단체장을 탄생시키며 범민주 진영에 압승했고, 18대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그리고 하나 더. 문제적 조선 임금이 등장하는 또다른 천만영화로 '명량'(2014)이 있다. 이순신의 활약을 다루며 그 반대편 암군 선조를 손가락질하게 만든 이 영화는 관객 1천761만을 그러모아 국산·해외 작품 통틀어 천만영화 역대 랭킹 1위다.

영화
영화 '휴민트'(2026) 포스터. NEW

◆'휴민트' 흥행 청신호…'국제시장2' 곧 개봉

휴민트도 2월 26일 0시 기준으로 167만 관객을 모아 선전 중이다. 사람을 이용하는 첩보를 뜻하는 휴민트(Human Intelligence) 활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남북 정보요원 간 액션에 스릴러에 멜로까지 버무려 펼쳐진다.

영화
영화 '실미도'(2003) 포스터. 시네마 서비스
영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 포스터. 쇼박스

이 영화 관객수가 1천만을 넘기면 우리나라 천만영화 계보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천만영화 첫 작품 '실미도'(2003, 관객수 1천108만)가 대북 특수작전을 준비하던 실미도 부대의 비극을, 두번째 작품 '태극기 휘날리며'(2004, 1천174만)가 6.25 전쟁의 참상을 다루는 등 마찬가지로 남북분단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멀리는 조선시대, 가까이는 근현대사 등 한국 역사가 소재가 되면 천만영화가 곧잘 탄생한다. 전무했던 2025년은 건너뛰더라도 2024년작 '파묘'가 한국인 특유의 묫자리(명당) 문화를 다루며 일제강점기 연관 소재들로 흥미도 일으켜 1천191만 관객을, 2023년엔 12.12 군사반란을 소환한 '서울의 봄'이 1천312만 관객을 불렀다.

영화
영화 '국제시장'(2014)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올해도 닮은 접근을 취하는 영화 개봉이 예정돼 있다. 2014년 1천426만명이 본 천만영화 '국제시장'의 후속작 '국제시장2'가 곧 관객들과 만난다. 윤제균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는다. 1편은 6.25 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시작으로 파독 광부·간호사, 베트남 파병, 이산가족찾기 등 1950~80년대 격변기를 몸소 겪은 덕수(배우 황정민 분)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2편은 다시 80년대부터 성민(덕수와 함께 파독 광부로 일한 인물, 이성민 분)의 인생이 맞닥뜨린 1987년 6월 항쟁, 1992년 미 LA 폭동, 1997년 IMF 외환위기, 2002년 한일 월드컵 등을 스크린에 풀어낼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의 영화 '암살자(들)'도 이미 촬영을 마쳐 올해 하반기에 개봉할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 유해진이 왕과 사는 남자의 엄흥도 역에 이어 재차 시대물 주연을 맡는다.

그러고 보면 박 대통령 시대와 연관된 천만영화가 적잖다. 그의 재임기간(1963~1979)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데다 이후 현대사에 미친 영향도 큰 탓이다. 실미도의 바탕인 1971년 실미도 사건을 비롯해 국제시장 속 굵직한 사건들이 박 정권 시기에 일어났다. 택시운전사(2017, 1천218만명)에서 다룬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서울의 봄에서 다룬 1979년 12.12는 박 대통령의 독재 및 죽음(1979년 10.26 사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건이다.

영화
영화 '택시운전사'(2017) 포스터. 쇼박스
영화
영화 '서울의 봄'(2023) 포스터. 플러스엠

◆천만영화 부활 간절한 영화계

국내 극장 관객수는 2019년 2억2천667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내림세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0~2021년 5천만~6천만명대로 급감했으나 2022년 1억명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 널리 보급된 OTT의 공세 등이 영화산업의 위기를 가시화시켰고, 결국 2025년 관객수 1억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을 보였다. 특히 2025년은 다른 여러 위기 요인과 함께 한국 영화의 작품성·마케팅 자체가 부진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만영화 편수가 같은 맥락의 지표다. 2019년 역대 가장 많은 5편이 탄생한 반면, 2025년엔 0편이었다. 그래서 영화계는 올해(2026년)가 영화산업 반등의 분기점이 될 지 주목하는데, 눈길이 쏠릴 이슈가 바로 천만영화 부활이다.

천만영화는 다시 볼 수 없는 구시대의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올해 2년 연속으로 천만영화가 나오지 않으면 더욱 힘을 얻을 주장이다. 그래서 이미 업계는 OTT 작품 판매와 해외 2차 시장 공략 등으로 감소한 극장 티켓 수익을 벌충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다만, 천만영화는 단순히 돈 문제 만은 아니다. 10여년 전이었던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천만영화를 통해 바라본 한국 영화 제작의 현실과 전망' 포럼에서 당시 천만영화 변호인(2013, 1천137만)을 제작한 위더스필름의 최재원 대표는 "(관객수)1천만이 넘는다는 건 관객들의 무의식과 조우하는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며, 대중문화로서 한 시대의 정서를 나타내는 문화적 표현의 의미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1천만이 하나의 목표처럼 됐다"고 우려, 여러 문제점 가운데 영화산업의 자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예견은 현실이 됐다. 현재 거대 OTT 자본은 극장 관객수를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자 판권 확보를 매개로 제작비를 투자해 영화계의 숨통을 틔우는 양면적 존재로 영화산업 깊숙이 침투해 있는 상황이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특별법이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했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25일 오후 7시 25분쯤 경북 영주시 안정면에서 공군 F-16 전투기가 야간 비행훈련 중 추락하여 산불이 발생했으며, 조종사는 20m 높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관세 협정 체결 국가들이 무역 합의를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의 위법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