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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장기이식 가능하단 소식 들어본 적 없다"…기증자 감소에 정치권 DCD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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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기로 선 이식 대기자들…뇌사 기증 감소에 기다림만 길어져
정치권·정부, '심정지 후 장기기증' 제도화 속도

23일 부산 시내 한 병원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il.com
23일 부산 시내 한 병원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il.com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박민석(61·가명) 씨는 지난 2019년 신장에 신부전 진단을 받고 이틀에 한 번씩 병원을 찾는다. 소변을 배출하지 못해 투석을 거르면 체내에 독소가 쌓여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다.

박 씨가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신장 이식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투석 8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병원으로부터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지난 2024년 말 기준 신장 이식 대기자는 3만5천707명에 달하며, 평균 대기 기간은 2천829일로 집계됐다.

그는 "병원에 갈 때마다 4시간 걸리니 직장 생활부터, 일상 자체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며 "해가 갈수록 몸은 더 약해지는데 이식이 언제 가능할지 누구도 말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장기기증자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이식 대기 환자들이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장기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가운데, 뇌사자에 제한된 현행 장기기증 범위를 심정지 환자까지 확대하는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 기증 줄면서 이식 대기자 급증

우리나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은 장기기증이 실질적으로 뇌사자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 사람의 마지막 숨결은 심장과 간, 신장 2개, 폐 2개, 췌장, 각막 2개까지 최대 9명의 꺼져가는 생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뇌사 기증자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1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 기증자는 2016년 573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17년 515명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370명으로 전년도(397명)보다 6.8% 감소했다.

생명나눔이 줄면서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고통은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장기 이식 대기자는 4만595명에 달했고, 평균 대기 기간은 2천193일로 약 6년에 이른다.

기다림이 길어지는 사이 생명을 잃은 사례도 늘었다.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020년 2천191명에서 2024년 3천96명으로 1.4배 증가했다.

◆ DCD 입법 위한 개정안 발의

24일 대구 계명대학교 성서동산병원에서 김민애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와 김경수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가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4일 대구 계명대학교 성서동산병원에서 김민애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와 김경수 장기 구득 코디네이터가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장기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정치권에선 '순환정지 이후 장기기증'(DCD) 제도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DCD를 골자로 한 장기이식법·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DCD는 연명의료 중단 이후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를 일정 시간 이후 사망으로 판정되면 장기를 기증하는 방식이다. 대한이식학회는 장기기증 지표 악화를 이유로 10여년 전부터 도입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개정안의 핵심은 장기기증 대상에 연명의료 중단 환자를 포함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특히 순환정지 후 사망 시각을 '자발적 순환과 호흡이 불가역적으로 정지한 뒤 5분이 지난 시점'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사망 판정 기준을 구체화해 제도적 혼선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 역시 DCD 도입에 긍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6~2030년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에 DCD 도입 방침을 담기도 했다.

해외 기증 선진국의 경우 이미 DCD를 통한 장기기증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국제 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영국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전체 장기기증의 절반 이상이 DCD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다만 DCD 도입을 뒷받침할 법 개정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023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DCD는 기증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종합계획에서 DCD 추진을 알렸고, 발의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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