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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업·농촌에서 희망을 찾다] <6>융복합산업으로 농업 부가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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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혜 청년농부 "농업은 버킷리스트 화수분"
참외라는 새 산업군 형성이 최종 목표

김다혜 청년농부가 비닐하우스에서 참외 바구니 들고 서 있다. 김다혜 씨 제공
김다혜 청년농부가 비닐하우스에서 참외 바구니 들고 서 있다. 김다혜 씨 제공

김다혜(39) 씨는 경북 성주에서 참외의 새로운 가치를 써나가고 있는 청년농부다. 참외 재배부터 유통, 가공, 체험사업까지 아우르며 농촌 융복합산업에 도전하고 있다.

원래 예정했던 진로는 교사였다. 대구에서 사범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2년 안에 합격 못 하면 가업(농산물 유통업)을 함께 운영해보자"고 부모님이 제안하면서 인생 행로가 달라졌다. 당시 임용고시의 문턱이 높기도 했지만 농산물 유통이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교사 꿈을 접고 농업에 뛰어들게 됐다.

관광객들이 카페 옐롱에서 참외 가공품과 기념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관광객들이 카페 옐롱에서 참외 가공품과 기념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생산, 가공에 체험·관광까지

2015년부터 가족들과 참외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부모님의 지인들과 영농조합법인도 설립했다. 초창기에는 판로를 개척하고 농가 소득을 높이는 유통 업무에 집중했다. 그러다 참외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2018년부터 가공과 체험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참외 가공 브랜드 이름은 '옐롱'(Yellong, 'Yellow Melon'의 약자)이다. 노란 참외의 모든 가능성을 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2020년부터는 '더옐롱'(옐롱을 더하다는 뜻)이란 사업체를 설립, 참외를 매개로 한 복합문화공간(카페 옐롱)도 운영하고 있다.

카페 옐롱은 지역 관광과 농업을 잇는 거점 공간으로 참외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 가공식품은 물론 이색적인 체험과 기념품까지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현재 '더옐롱'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 사업에도 선정된 상태다.

사실 그가 가공사업에 뛰어든 것은 거창한 포부보다는 현실적인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매년 반복되는 홍수 출하기의 잉여 참외들을 어떻게 하면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출하에 문제가 생겨 상심하던 동생의 모습을 본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참외 농가에 든든한 마지노선이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때 들었다.

그러던 중 2017년 지역 자원을 활용한 '청년 창조 오디션'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행보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버려지는 참외를 가공해 농가 소득을 올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카페 옐롱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단순히 과일로만 먹던 참외를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로 재탄생시켜 일상적인 소비 방식을 다양화하고자 했다. 현재는 참외빵을 비롯해 마들렌, 휘낭시에, 다쿠아즈 같은 빵 종류부터 참외청, 잼, 말랭이, 장아찌, 참외소프트아이크림까지 참외의 변신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로컬 브랜드의 중요성도 체감하게 됐고 브랜드 고도화 과정을 거쳐 이를 체험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켰다. 초기에는 가벼운 쿠킹클래스 위주였다면 지금은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참외박을 활용한 화분 만들기, 참외의 11가지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디저트 페어링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카페 옐롱의 참외 음료와 디저트.
카페 옐롱의 참외 음료와 디저트.
김다혜 씨가 더옐롱의 스테디셀러인 참외청과 말랭이 등 참외 가공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다혜 씨가 더옐롱의 스테디셀러인 참외청과 말랭이 등 참외 가공품을 소개하고 있다.

◆인내와 실패 덕분에 스테디셀러로

그렇다고 참외 가공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하게만 흘러간 것은 아니다. 참외청이 대표적이다. 더옐롱의 스테디셀러인 참외청은 엄밀히 말하면 치밀한 계산보다는 인내와 뼈아픈 실패가 선물해준 기적에 가까운 상품이다. 처음에는 이를 100일만 숙성시켜 시장에 내놨는데 초기 반응이 생각보다 저조했다. 재고는 쌓여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100일이 150일이 되고, 300일도 훌쩍 넘어갔다. 그런데 포기하고 싶던 그 300일 지점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외청의 맛이 깊어지더니 300일이 지나자 비로소 맛의 정점에 도달하며 완벽하게 고정이 됐다. 기다림이 가장 맛있는 레시피였던 셈이다.

반대로 숙성 시간을 너무 길게 가져가다 실패한 경험도 있다. 온도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곰팡이가 피면서 한해 생산량을 통째로 폐기한 사건이다. 눈앞이 캄캄했지만 그 쓰라린 경험 덕분에 최적의 숙성 온도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제품의 품질을 안정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성주군농업기술센터의 농산물가공지원센터를 활용하고 나서다. 처음 가공을 시작했을 때는 수제 방식에 의존하다 보니 생산량에 한계가 있었고 짧은 소비기한과 균일하지 않은 맛이 늘 고민이었다. 유통망을 넓히기에 불리한 조건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산물가공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이 곳 연구사들과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마침내 기존 6개월에 불과했던 참외잼과 참외청의 소비기한을 2년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고 제품의 맛도 일정하게 표준화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경북농업기술원의 '농산물 가공기술 표준화 사업'에 선정돼 기회를 얻었고, 시그니처 제품인 '성주꿀참외빵'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농산물가공지원센터를 통해 신제품 개발과 파일럿 제품 생산, 디자인 고도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관광객들이 카페 옐롱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관광객들이 카페 옐롱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소프트웨어 측면 주력해야

김다혜 씨는 농업을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차원이 아닌 지역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하나의 '문화'로 빚어내는 창조적 산업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농업은 '버킷리스트 화수분'이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참외로 매일매일 새롭게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채워나갈 작정이다.

최종 목표는 참외라는 산업군을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다. 성주에서 생산되는 참외 중 10% 가량은 정상 출하되지 못하는 비상품과인데 그 중 10%(참외 출하량의 1%)를 안정적으로 가공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언젠가 초코파이와 같은 국민 간식에도 '참외 맛'이 출시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렇게 참외 가공식품 시장이 대중적으로 확장돼 참외가 제철 과일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식품 카테고리로 자리잡는 것, 그것이 그의 꿈이다.

마찬가지로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위해서도 농업의 사회적 범위가 '농산업'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사는 물론 가공, 유통, 서비스, 로컬 콘텐츠 기획까지 영역이 확장돼야 청년들이 들어와 활동할 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서 각자 목표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로 도시와 농촌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고 지역 내에서 농산업이 갖는 위상 또한 높아지고 있다"며 "농업이 청년들에게 스스로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매력적인 산업군으로 인식만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창의적 인재들이 농촌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 가공 분야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향해선 "시설 구축에 앞서 지역 작물의 핵심 정체성을 담은 브랜딩과 그에 맞는 상품 기획력을 기르는 소프트웨어적 성장에 더 많은 역량을 쏟아야 한다"며 "공유주방이나 제조 창업 공유공장, 농산물가공지원센터의 가공 시설과 같은 공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 또한 초기엔 하드웨어에 묶인 고정비 때문에 수익이 나도 경영이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

청년농업인 지원책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융자나 시설 지원 같은 하드웨어보다 사업의 방향성을 잡고 미래를 설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어린이 방문객들이 카페 옐롱에서 참외 디저트 페어링 체험을 하고 있다.
어린이 방문객들이 카페 옐롱에서 참외 디저트 페어링 체험을 하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농업·농촌자원 융복합으로 新가치 창출>

농업이 생산 중심에서 벗어나 가공, 체험, 관광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는 융복합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농촌의 자원과 문화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지역 활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농촌 융복합사업은 농업과 농촌 자원을 기반으로 생산(1차), 가공·제조(2차), 체험·관광·서비스(3차)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활동이다. 농산물의 생산 과정과 농촌 환경, 지역 이야기를 콘텐츠로 결합해 농업을 경험 중심의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농업기술원도 농업·농촌 자원의 연계를 통한 융복합으로 농촌의 지속 성장과 부가가치 향상에 힘쓰고 있다. 특산자원 융복합 기술지원,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특산자원 상품화 통합모델 시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산업 연결의 기초가 되는 가공 및 체험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대환 경북농업기술원 농업테크노파크과장은 "농촌 융복합사업의 핵심은 농산물의 생산 과정과 농촌 환경, 지역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결합하는 '연결'에 있다"며 "이 분야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청년농업인들에게 유리한 면이 많으니 관심을 갖고 도전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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