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 상품가치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나.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한 달 전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 필요성을 강조하며 밝힌 말입니다. 정부가 이에 발맞춰 코스닥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칼을 빼들었는데요. 부실기업을 대거 퇴출시켜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3000대 돌파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립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년간 1353개사가 상장됐지만 퇴출은 415개사 그쳤습니다. 시가총액은 8.6배 증가했지만 지수는 1.6배 상승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시총이 6.7배, 지수가 3.8배 늘었습니다. 외형만 커졌을 뿐 내실은 개선되지 못한 겁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해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최근 발표했는데요. 올해 하반기부터 ▲시가총액 기준 ▲관리종목 지정 ▲완전자본잠식 ▲공시위반 등 4대 상폐 요건이 일괄적으로 강화됩니다.
구체적으로, 올해 7월부터 시가총액이 200억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이후 90거래일 안에 10거래일 연속 또는 누적 30거래일 동안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됩니다. 내년 1월부터는 기준이 300억원으로 높아집니다.
동전주 역시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퇴출됩니다. 액면병합으로 형식상 주가를 끌어올려도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이면 동일하게 심사 대상입니다.
한국거래소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당초 예상했던 50개사보다 상당히 늘어난 100~220개사로 추산됩니다. 이 중 동전주 요건에 해당하는 종목은 18~135개로 추정됩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신설했습니다. 이번 달부터 내년 6월까지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부실기업 적시 퇴출 작업에 나섭니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가 눈길을 끕니다. 지난 2011년 이후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한계기업을 지수에서 제외하고 재산출한 결과 2024년 6월 말 기준 코스닥 지수는 실제보다 37% 추가 상승할 수 있었다는 분석인데요.
이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은 경제 내 희소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점유해 정상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 유인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좀비기업 정밀타격·연기금 투자확대 기대…시장은 '들썩'
정부의 코스닥 시장 정화 작업에 시장은 이미 들썩이고 있는데요. 지난 19일 코스닥 지수는 장중 5% 넘게 급등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여기에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를 되살아난 영향도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월 '기금자산운용 기본방향'을 통해 기금운용평가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대형·중소형 기금의 국내 주식형 평가기준수익률은 '(코스피×0.95)+(코스닥150×0.05)' 방식으로 산출됩니다. 2024년 기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규모는 5조8000억원으로 전체 국내주식 투자액의 3.7%에 불과했습니다. 벤치마크 변경으로 이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스닥 시장이 우량 성장 기업 위주로 정리된 이후 본격적으로 정책성 자금이 유입하게 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립니다.
사실상 사업은 없고 자금조달 수단으로만 남은 유령기업들이 코스닥 신뢰를 갉아먹어왔다는 측면에서 이런 기업들이 정리돼야 진짜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로 수급이 몰릴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데요. 반면 상장폐지를 통한 투자자 보호 취지는 이해하지만 요건이 한꺼번에 강화되면서 체감상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사실 과거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여년간 정부 주도로 수차례 대수술을 거쳤지만 '반짝 부양'에 그친 전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2013년 창조경제 대책, 2018년 코스닥 벤처펀드 도입 모두 지속력이 떨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장 정화는 물론 실질적인 성장 동력 강화 정책, 혁신기업이 제대로 평가받는 생태계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진짜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정책은 이미 이전에 이뤄졌어야 할 시장 정상화 작업 수준"이라며 "코스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려면 밸류에이션뿐 아니라 실적이라는 기초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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