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과거의 교육은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계산기적 인간을 길러내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모든 정답을 순식간에 내놓는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 너머의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국영수 위주의 지식 습득이 생존의 기술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는 논리적 추론을 넘어선 감성적 공감, 데이터가 흉내 낼 수 없는 신체적 몰입, 그리고 무(無)에서 유(有)를 일구는 심미적 창조력을 요구한다. 그 해답의 중심에 바로 예체능 교육이 있다.
◆ 고통을 딛고 비상하는 법
예체능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처절하게 대화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최근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건 최가온 선수의 드라마에서 그 정점을 목격했다. 대회 직전 당한 심각한 부상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고통이었던 열일곱 살 소녀는 물리적인 통증을 압도하는 정신적 근육으로 설원 위를 날아올랐다.
이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승리의 기쁨보다 추락의 공포를 먼저 배우고, 뼈가 깎이는 부상 속에서도 다시 보드 위에 올라서는 법을 익힌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회복탄력성의 승리이다.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패배의 아쉬움을 견디는 법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법을 배운다. 교과서 속 활자로 배우는 인내보다 영하의 바람을 가르며 중력을 거스르는 찰나의 순간에 체득하는 경험이 아이들의 인생을 훨씬 단단하게 빚어낸다.
◆ 신체적 지능과 감각
우리는 흔히 지능을 뇌의 활동으로만 국한하지만, 진정한 지능은 온몸의 감각이 깨어날 때 완성된다. 손끝으로 진흙을 만지고, 자신의 몸을 도구 삼아 무용의 선을 그려내며, 설판의 미세한 진동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공중에서 회전하는 경험은 뇌의 신경망을 가장 입체적으로 자극하는 활동이다.
인공지능(AI)은 수억 개의 이미지를 조합하고 최적의 경로를 계산할 수는 있어도, 붓을 쥐었을 때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이나 완벽한 기술을 성공시킨 뒤 눈 위에 착지할 때 전해지는 짜릿한 타격감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체화된 인지 능력은 아이들이 세상을 다각도로 이해하게 돕는다. 감각이 살아있는 아이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알고, 아름다움에 감동할 줄 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함은 바로 이 생생한 감각에서 비롯되며, 예체능 교육은 이 감각의 날을 날카롭게 벼려주는 가장 소중한 숫돌이다.
◆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힘
결국 예체능 교육의 종착지는 나만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다. 똑같은 악보를 연주해도 연주자마다 해석이 다르고, 똑같은 슬로프를 내려와도 선수마다 기술의 스타일이 다르듯, 예체능은 아이들에게 표준화된 정답이 아닌 고유한 해석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최가온 선수가 보여준 독보적인 기술적 난도는 단순한 반복 숙달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 조건과 감각을 믿고 창조해 낸 예술적 퍼포먼스였다.
미래의 리더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지식을 예술적 영감으로 엮어내고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예체능은 단순히 기능을 익히는 과목이 아니라, 아이들이 인생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주인공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게 하는 자존감의 뿌리이다.
우리는 이제 교육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머리만 비대해진 아이가 아니라, 가슴이 뜨겁고 몸이 건강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 예체능 교육은 결코 입시를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아이들이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인생을 항해하게 만드는 가장 튼튼한 돛이자 닻이다. 고통을 뚫고 솟구친 최가온의 금메달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명확하다. 진정한 승리는 점수가 아니라, 꺾이지 않는 마음과 단련된 신체가 빚어내는 자기완성에 있다는 사실이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초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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