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극체제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지역 소멸을 막아낼 마지막 방파제로 여겨졌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좌초 위기에 처하자, 대구·경북민들의 허탈감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주도 아래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화려한 출범을 예고한 것과 대비되면서 지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도민들의 시선은 이번 통합 무산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국민의힘 소속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들을 향해 싸늘하게 꽂히고 있다. 지역의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중차대한 골든타임에, 정작 도백을 자처하며 나선 정치인들이 도민 전체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자신들의 선거용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에 따르면, 이번 행정통합의 동력을 내부에서부터 갉아먹은 주된 원인은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속에 혈안이 된 유력 예비후보들의 각자도생 셈법이었다.
A 예비후보, B 전 의원, C 전 의원 등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는 굵직한 인사들은 통합이 가져올 거시적인 시너지와 국가적 특례를 논의하기보다, 지역 내 소지역주의를 자극하는 데 앞장섰다.
북부권의 소외론이나 동해안의 의석수 감소 등 민감한 의제를 과도하게 부풀리며 도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했고, 수백억 원의 매몰 비용과 물리적 한계가 뻔히 예상되는 주민투표를 무리하게 촉구하며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표밭을 다지기 위해 통합의 고속열차 선로에 스스로 드러누운 셈이다. 자신의 앞마당 지지율을 지키려다 대구경북 500만 시도민 전체가 탑승해야 할 구명보트의 밑바닥에 구멍을 낸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얄팍한 정치적 계산은 대의기관인 대구시의회의 뜬금없는 반대 성명과 맞물려, 여당에게 대구경북을 패싱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핑곗거리를 헌납하는 자해 행위로 귀결됐다.
집안싸움에 매몰된 야당 후보들의 행태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게 지역 여론 미비라는 합법적이고도 훌륭한 법안 보류의 명분을 쥐여준 것이다.
안동에 거주하는 한 50대 도민은 남들은 국가 예산 20조 원과 첨단산업 특례를 쓸어 담을 준비를 마쳤는데, 우리 지역 정치인들은 도지사 배지 하나 달아보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 먹었다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포항의 한 자영업자 역시 선거 때마다 도민을 위한다고 외치더니, 정작 밥그릇이 걸리니 지역 전체가 소멸하든 말든 내 표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민낯을 똑똑히 보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미에 거주하는 김광영(58)씨는 "지도자는 시대의 위기 앞에서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미래의 항로를 개척하는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경북의 리더를 꿈꾼다는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낡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분열의 확성기를 든 선동가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경제계와 주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20년째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취업 준비생 자녀를 둔 지역민 최모(55)씨는 "통합 무산이라는 뼈아픈 청구서가 당장 지역 경제와 청년들의 미래에 어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지역의 100년 생명줄을 끊어내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 했던 정치인들을 우리 도민들이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성난 경북의 민심이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 유권자들의 투표용지가 어느 때보다 매서운 심판의 칼날이 될 것임을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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