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벼 도정해 탄광촌, 군부대에 보냅니다."
경북 영주 광복로는 안동, 봉화, 울진으로 가는 교통 요충지다. 이런 지형적 영향 탓에 1930년대부터 미곡유통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풍국정미소는 1940년에 문을 열었다. 당시 광복로 일대에는 30여 곳의 정미소가 밀집되어 있었다. 당시 이곳에서 도정된 쌀포대는 인근 탄광지대와 군부대로 반출됐다.
그많던 정미소들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 후 이제는 풍국정미소 하나만 잘 보존되어 남아있다. 2018년 8월에 대한민국 국가등록문화재 제720호 지정되었으며, 경북산업문화유산이기도 하다. 한일(韓日) 혼합 목조 형태로 도정기계가 있는 건물동을 비롯해 비축창고, 사무실 등의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70년 정미소 사무, 우기섭 씨
풍국정미소의 소유주인 우기섭(85, 본명 우길언) 씨를 현장에서 잠시 만나보니, 유쾌·상쾌·통쾌한 분이었다. "제가 호적상 41년생인데 사실은 37년에 태어났습니다. 아시잖아요? 예전에는 태어나고 많이 죽은 탓에 아예 4년 늦게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사실상 올해 제가 구순입니다. ㅎㅎㅎ"
우 씨는 쌀이 도정되는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한 후 창고와 사무실 등에 남아있는 그 시절 쌀 도정과 관계된 도구와 물품, 비품 등을 보고 공장이 한창 돌아가던 그 때를 회상했다. "조부 때부터 이곳에서 사무 일을 봤는데, 사촌에게 잠시 넘어갔다, 그 후로는 제 평생을 받쳐 일한 곳입니다. 쌀 팔아서 번 돈으로 아들 셋, 딸 하나 잘 키웠죠. 이제는 손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우 씨는 특유의 유머 감각 뿐 아니라 건강관리도 잘 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영주시가 예산을 잘 확보해, 이 정미소를 적당한 가격에 매입해주는 것이다. 영주시는 2018년 이후 개인 소유의 이 정미소 매입비을 비롯해 사후 개발 예산까지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매일 놀기삼아 이곳으로 출근하는 그는 "큰 욕심은 없지만 대대로 물려받은 가업 재산인 만큼 너무 헐값에 넘길 수는 없다"며 "정미소가 국가재산으로 잘 매각되면, (기자 양반에게) 쌀밥 한번 거하게 사겠다"고 터털웃음을 지었다.
◆현대적 곡물 유통의 중심 "쌀 산업관"
영주시도 풍국정미소를 매입한 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근대 산업시기에 양곡가공업의 생성과 양곡 유통에 관련된 역사, 당시 정미소의 건축 양식과 설비 구조를 비롯해 도정 기기들, 판수동 저울, 막대 측량기 등이 잘 보존된 산업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지역 마켓으로 '쌀 산업관' 형태로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5가지로 구분하면, ▷도정체험공간(정미업 종사자 채용) ▷전시공간(영주문화원 및 재단) ▷지역 농산물 판매소(농업 종사자 연계) ▷쌀음식 체험관(지역 떡집 및 방앗간) ▷관광안내 센터(영주시 및 마을조합).
정미소 건축물과 도정기계는 현대식으로 복원해 전시 및 체험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오래된 지붕 구조도 현대식 건축 재료를 보강해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다. 지역 판매소는 영주 815 광복쌀과 순흥 기지떡 등은 특화 브랜드 상품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며, 해마다 이곳에서 쌀 축제를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중에 있다.
영주시는 풍국정미소 뒷편 학교 부지(영광중학교)에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해,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청사진(조감도)도 제시했다. 영주시 홍보담당 관계자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크지만 풍국정미소는 산업적 가치가 있는 만큼 머지 않아 영주의 새 명물로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풍국정미소는 구시가지(구도심)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인근에는 공공기관 관사들이 모여있던 '관사골', 영주동 근대 한옥, 피난민들이 모여 살았던 '숫골', 일제시대 세워진 신사로 인한 '신사골', 단종 폐위 후 선비들이 낙향한 '두서마을' 등 이 고장의 살아숨쉬는 역사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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