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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0년,격동 80년] 압승 뒤에 숨은 균열…1956년 대선이 남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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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5월 17일자 매일신문 지면. 제3대 대통령 선거 개표 상황을 전하며
1956년 5월 17일자 매일신문 지면. 제3대 대통령 선거 개표 상황을 전하며 '이 박사 3선 거의 확정'이라는 제목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겉으로는 압도적 승리였다. 그러나 그 승리의 이면에는 균열이 자라고 있었다.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는 이승만 정권의 재확인처럼 보였지만, 민심의 변화가 처음으로 드러난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균열은 4년 뒤 4·19 혁명으로도 이어진다.

◆ 대통령 자리 지켜낸 이승만

1956년 5월 15일 치러진 제3대 대통령 선거. '사사오입 개헌'으로 3선의 길을 연 자유당의 이승만은 70.0%의 득표율로 대통령 자리를 지켜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흔들림 없는 승리였다.

그러나 내용은 달랐다. 유력 야당 후보였던 민주당 신익희가 선거를 열흘 앞두고 급서했음에도, 진보당 조봉암은 216만 표(약 30%)를 얻었다. 이는 사실상 이승만 정권에 대한 반대 민심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전체 투표수의 20%를 넘는 무효표 역시 눈길을 끌었다. 900만 표 가운데 185만 표가 무효 처리됐는데, 상당수는 선거 직전 별세한 신익희 후보를 추모하는 표로 분석됐다.

당시 민주당의 구호도 지금까지 회자된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어린아이들까지 따라 외칠 정도로 이 구호는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맞서 자유당은 "구관이 명관이다", "갈아봤자 별수 없다", "갈아봤자 더 못 산다"는 구호로 대응했지만, 변화 요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 당시 거리 유세 차량. 민주당의 구호였던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 당시 거리 유세 차량. 민주당의 구호였던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보인다.

◆ 더 큰 충격은 '부통령 선거'

같은 날 치러진 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의 이기붕은 민주당 장면에게 패했다. 대통령은 자유당, 부통령은 민주당. 권력의 축이 엇갈린 것이다. 이는 이승만 정권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었다. 당시 헌법상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시 권한을 승계하는 위치였다. 야당 인사가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장기집권 체제에 구조적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변화는 정권에 분명한 경고였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가 택한 길은 타협이나 개혁이 아니었다. 통제의 강화였다.

1958년 제4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는 야당 후보에 대한 압박과 선거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표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1959년에는 1956년 대선에서 200만 표 넘는 지지를 받았던 조봉암이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됐다. 이는 단순한 사법 판단을 넘어 비판적 정치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언론과 야당 활동에 대한 제약도 한층 강화됐다.

◆ 1956년과 4·19의 연결

그렇다면 이 흐름은 어디로 이어졌을까. 4·19 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였다. 자유당은 부통령 후보 이기붕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인 부정을 자행했고, 마산에서 시작된 시위는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전국적 항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역사의 출발점은 그보다 앞서 있었다.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는 장기집권 체제에 드리운 첫 균열이었다. 민심의 변화가 처음으로 확인된 해였고, 권력이 불안을 체감한 시점이었으며, 그 불안이 점차 통제와 탄압으로 기울기 시작한 분기점이었다.

정치사 연구자들은 1956년 대선을 "이승만 체제의 균열이 가시화된 선거"로 평가한다. 조봉암의 30% 득표와 부통령 선거 결과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장기집권 체제의 불안을 드러낸 지표였다는 분석이다.

겉으로는 재선 성공이었다. 그러나 그해 봄, 권력의 토대에는 이미 작은 금이 가 있었다. 그 균열은 해를 거듭하며 커졌고, 결국 4년 뒤 4·19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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