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평생을 살아온 이승훈(70·가명) 씨에게 건강은 유일한 재산이었다. 몸을 움직여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살아갈 희망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통증과 척추협착증, 마비 증상은 그의 앞날을 순식간에 캄캄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아파도 도움을 요청할 곳도, 그의 안부를 물어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잃는 일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으로 다가왔고, 그는 살아갈 용기마저 잃어가고 있다.
◆ 봇짐 그릇 장사…건강만 믿었는데
봇짐을 짊어지고 그릇과 주방 집기를 가가호호 방문판매하며 살아온 그에게 건강은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기반이었다. 그의 첫 시작은 서문시장 난전 장사였다. 승훈 씨는 1973년쯤, 20대 초반부터 약 3년간 점포 없이 리어카 난전에서 그릇과 주방용품, 각종 기물을 펼쳐 놓고 장사를 했다. 도매상에서 물건을 떼어와 시장에서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50년 전만 해도 경기가 나쁘지 않아 근근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0대 초반,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갖게 됐다. 아들이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는 오래다. 아이의 친모와는 동거 2년 만에 헤어졌고, 이후 승훈 씨의 어머니가 손자를 키웠다. 그는 생업을 이어가기 위해 바깥 생활을 해야 했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손자를 돌봤다.
승훈 씨는 23세에 군에 입대했고, 제대한 뒤에는 가족을 마주하기가 부끄러워 명절에도 집을 찾지 못했다. 제대 후에는 주방 기물 판매 경험을 살려 지게에 봇짐을 짊어지고 방문판매에 나섰다. 연고가 있는 대구에서는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 고향을 떠나 혈혈단신으로 전라도 군산과 전주를 떠돌며 장사를 이어갔다.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고 식당과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며 봇짐에 담긴 그릇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억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지인'이라는 눈총과 차별을 견뎌야 했다. "경상도 사람 물건은 안 사준다"는 인식 속에서도 그는 살아남기 위해 버텨냈다. 그렇게 5년가량 떠돌이 장사를 이어가다 군산공설시장에 점포를 얻으며 비로소 안정된 장사를 시작했다.
꿈을 이룬 듯했지만 점포 장사는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모아둔 재산을 모두 잃은 그는 서른 무렵 다시 고향 대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가족과 친척을 볼 낯이 없었던 승훈 씨는 몸 하나만 믿고 막노동 현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부모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그동안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빈소를 찾지 못했다. 명절이면 홀로 선산을 찾아 인사를 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의지할 곳은 없었지만 건강한 몸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는 삶이었다.
이후 그는 30년 가까이 막노동을 하며 혼자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환갑을 넘기면서부터는 일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일을 하고 싶은 의욕과 달리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동네 지인의 집안일을 돕거나 대구 근교는 물론 포항, 울진 등 원거리까지 오가며 일거리를 찾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이었지만, 몸을 써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나날이었다.
◆ 막노동이라도…'디스크' 청천벽력
건강한 신체가 유일한 재산이었던 승훈 씨에게 지난해 허리디스크와 다리 마비 증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돌봐줄 사람도 없었고, 일거리가 끊기면서 수술비를 마련할 길도 없었다.
따뜻한 잠자리였다면 통증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월세 20만 원을 내는 방에서 생활하는 그는 난방비 부담 때문에 지난겨울에도 기름보일러를 마음껏 켜지 못했다. 두꺼운 이불과 겉옷에 의지해 겨울을 버텼다.
승훈 씨는 지난해 허리디스크 협착증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평생 건강 하나 믿고 살아온 그에게 일을 할 수도, 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현실은 막막하기만 했다.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마비 증세까지 재발했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그러나 1천300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 그는 통증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십 킬로그램의 봇짐을 메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던 과거를 떠올리면, 이제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든 현실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승훈 씨는 70세가 넘은 지금도 몸만 성하다면 다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해 허리 수술이 잘된 줄만 알았습니다. 한두 달 전부터 갑자기 하반신에 힘이 빠지고 오른쪽 다리까지 마비가 오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몸 하나만 믿고 살아왔던 그는 건강을 잃으면서 삶의 희망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나도 자신을 찾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살아갈 의지를 더욱 약하게 만든다.
"아직 일흔밖에 안 됐는데…."
그에게 남은 마지막 소원은 아들을 다시 만나보는 것이다. 젊은 시절 생계를 이유로 가정을 돌보지 못했던 시간을 이제야 후회한다며 그는 매일 밤 눈물을 흘린다. 건강을 되찾아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하나뿐인 혈육인 아들의 소식을 늦게라도 알 수 있다면 그것이 남은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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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성금 내역]
◆온 가족 암투병 겪는 이원자·김영섭 씨에 3,081만원 전달
신장 장애와 갑상선암 등으로 병원을 오가는 큰딸에 이어 자신들도 암과 싸우며 힘겨운 날을 이어가는 70대 부부 이원자·김영섭 씨(매일신문 2월 10일 13면 보도)에게 3천81만8천732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신세계로약국(박태환) 5만원 ▷변정기 5만원 ▷이상준 5만원 ▷이윤정 5만원 ▷이현목 5만원 ▷조재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강병구 1만원 ▷김태상 1만원 ▷도재영 1만원 ▷이장윤 4천원 ▷김명숙 3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난 속 희망 찾는 박가영 씨에 2,456만원 성금
몸 성치 않은 남매를 키우며 낡은 아파트에서 내일은 조금 나아잘 것이란 희망을 붙잡고 근근이 살고 있는 박가영 씨(매일신문 2월 24일 10면 보도)에게 46개 단체, 139명의 독자가 2천456만5천7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송곡문화장학재단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50만원 ▷㈜태린(장현식)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엔엠지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김정수경영회계사무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무한기술(윤종천)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에바다교회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문산작명소(성병찬)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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