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반,대구의 어느 빛바랜 골목.흙먼지가 풀풀 날리던 앞마당과 굽이진 골목길은 동생과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넓은 전쟁터였다. 플라스틱 권총 한 자루가 귀하던 시절, 동생과 나는 산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를 깎아 우리들만의 '병기'인 총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에는 나무토막을 깎아 만든 총, 대장간에서 얻어온 못 하나를 방아쇠처럼 박아 넣은 총, 혹은 장난감 가게에서 어렵게 구한 쇠구슬 총까지. 총의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아이들 마음속에서는 모두 영화 속 영웅이 들고 다니는 총과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이 일터로 나간사이 형제들에게 가장 멋진 놀이는 단연 '총놀이'였다.
형인 동호는 언제나 대장 역할을 맡았다.
"자, 내가 경찰이다. 너는 도둑이야."
동생인 광호는 그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역할이 정해졌다.
"철컥, 탕!"
낡은 플라스틱 장난감 총구에서 "탕"하는 총소리가 터져 나온다. 장난감 총을 쥔 형의 눈매가 매섭다.조금 전까지 함께 구슬치기를 하던 형제애는 간데없고, 형의 얼굴에는 전선(戰線)을 누비는 병사처럼 비장함이 서려 있다.
"아아아앙! 형아, 또 쐈어!"."엄마에게 일러 줄꺼야!"
동생은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고 말았다. 조금전 딱딱한 플라스틱 총알이 이마를 스쳤는지, 동생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머리를 문지러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기 직전이다.
억울한 동생은 울적이며 형에게 한마디 말한다. "형아! 이번에는 내가 경찰할꺼야. 형이 도둑해 ".형은 울고있는 동생을 달래기위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탕! 형, 맞았지? 어서 쓰러져!","아니야, 나는 방금 총알을 피했어. 헛방이야!".이 유치한 실랑이는 늘 형의 승리로 끝나거나, 동생의 울음보가 터져야 멈췄다.
김덕수의 작품인 "또 쏜다"는 전쟁후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절, 골목길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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