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일곱 대기업 사장의 희수연에 별거 중이던 아내가 선물한 것은 협의이혼 신고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위장의 밤>은 그의 죽음을 둘러싼 냉혹한 가족 이야기이다. 사별한 첫 부인과의 사이에는 딸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는 아들이 있으나, 그 아들이 변변찮은 관계로, 그는 데릴사위를 부사장으로 삼아 그에게 회사를 물려주려 한다. 그에게는 또 서른 전후의 내연녀가 있는데 그녀와의 결혼을 위해서는 아내와의 협의이혼 신고서가 필요하다.
협의이혼 신고서는 받았지만, 그 서류가 관공서에 제출되어야만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는데, 바로 그 밤에 그는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그 상태에서라면 이혼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으므로, 배우자에게 3/7, 딸과 아들에게는 각 2/7가 상속된다. 딸과 데릴사위로서는 이복형제인 아들과 양어머니가 5/7를 상속받게 되므로, 회사를 물려받을 수 없게 된다.
불과 몇 시간만이라도, 이혼신고서 제출 전까지 그의 사망 사실을 숨길 수만 있다면 1/2을 상속받게 되므로, 그의 시신을 발견한 데릴사위는 절박하게 이를 위한 계략을 꾸민다. 여기에 이미 1년여 남짓 사실혼 관계에 있던 세 번째 부인 후보가 가담한다. 그녀에게 상속재산은 없지만, 거액의 생명보험이 있는데, 보험계약의 내용인즉, 계약일로부터 1년이 지나야지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에 사별로 홀로 남겨진 그녀가 누군가와 사실혼 관계에 돌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의 경우는 현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녀들로서는 홀로 남겨진 아버지를 대신 돌봐주는 그녀가 법적 배우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 한 그러한 관계에 굳이 반기를 들 까닭이 없다. 물론 사실혼 관계에서 증여를 통한 재산 이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소설 속 77세의 그는 자신의 재력으로 무려 30살 전후인 그녀와 사실혼 관계를 맺었으나, 재력가인 그가 2~30년 연하의 그녀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는 현실에서 그리 드물지 않다. 70대 후반의 재력가인 그가 50대의 그녀에게 빌딩을 주겠노라며 사실혼을 제안한다.
당시만 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녀는 같이 골프도 치고 여행도 다니면서 그와 함께했지만, 처음 약속과 달리 그는 차일피일 미루며 빌딩을 넘겨주지 않는다. 점점 노쇠하고 건강도 나빠지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점점 불안해진다. 이러다 어느 날 덜컥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는 꼼짝없이 맨몸으로 쫓겨나야 한다.
한편 그는 그대로 자신이 그녀에게 빌딩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녀가 자신과의 사실혼을 받아들였을까 늘 불안하다. 빌딩을 넘겨주는 순간 그녀에게 자신의 효용은 다한 것이어서 그녀가 자신을 떠나버릴까 두렵기 그지없다. 냉정하게 말해 자식들은 그가 하루라도 빨리 자신들에게 재산을 남기고 떠나길 바라지만, 그녀는 그가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며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므로, 그로서는 이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하고 싶다.
그의 말만 믿고 사실혼 관계를 5년, 10년 이어가던 그녀가 더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변호사를 찾아와 묻는다. 지금이라도 빌딩을 넘겨준다는 말에 더는 연연하지 않고, 그에 훨씬 못 미치더라도 재산분할청구로 얼마라도 확실히 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사실혼 관계는 일방의 의사만으로 언제든지 해소할 수 있으므로 오늘 사실혼 관계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면 내일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재산분할은 받을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기는 한다.
그가 내일이라도 빌딩을 넘겨줄지 아니면 당장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고 선택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라고도 말해준다. 덧붙여 그가 넘겨주겠다는 빌딩의 가치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녀들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그만큼은 반환소송이 청구될 수 있다고도 알려준다.
소설 속 그들의 계략은 성공하지 못하고, 살인사건의 진실은 밝혀진다. 사실혼 관계의 그녀는 그가 이혼하지 않은 채로 사망함으로써 상속을 받지도, 생명 보험금조차 요건 미달로 받지 못한다. 현실에서 만난 그녀의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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