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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 '문화로 꽃피다']5대째 이어가는 '노당기와' 정문길 제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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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부친→정 제와장→아들→손자
'노당'은 신라시대 때부터 그릇 가마터
국내 1호 제작와공 문화재 수리자 '60년 외길'

경북 무형문화재 제43호 제와장 정문길 씨는
경북 무형문화재 제43호 제와장 정문길 씨는 "한 장의 기와를 완성하기 위해 보름 가까운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고 말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5대째 이어가고 있는 (주)노당기와. 월정사 복원, 불국사, 경복궁와 창덕궁 등 주요 문화재의 기와도 여기서 생산됐다. '노당'('기왓골'이라고도 불림)은 경주 안강읍의 동네 이름이다. 신라시대 때 그릇 가마터와 옹기점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기와의 원료가 되는 찰진 흙이 많이 나와, 일제시대부터 도자기 등을 굽는 가마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1940년대 10여 곳에 이르던 기와공장은 다 사라지고, 이제 (주)노당기와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기와를 생산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전통 가마터에서 오랜 수공을 들여만든 것과 공장에서 기계로 여러 단계를 거쳐 찍어내는 것으로 나눠진다. 장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어, 주로 기계식으로 만든 기와가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 등 특별 주문의 경우 장인의 손길이 가미된 전통 방식의 주문도 적지 않다.

(주)노당기와의 창업자부터 4대 경영주까지의 역사. 정병태 제공
(주)노당기와의 창업자부터 4대 경영주까지의 역사. 정병태 제공
5대째 (주)노당기와를 이끌고 갈 대학생(서울과학기술대 1년) 기능 이수자 정진섭 씨. 정병태 제공
5대째 (주)노당기와를 이끌고 갈 대학생(서울과학기술대 1년) 기능 이수자 정진섭 씨. 정병태 제공

◆'제와장' 정문길 대표의 집념, 5대째 이어져

조부와 부친에 이어 3대째 가업을 계승하고 있는 정문길 대표는 아직도 건재하다.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1943년생)지만 (주)노당기와를 진두진휘하며, 작은 곳 하나까지 신경을 쏟고 있다. 한 때는 직원이 30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12명이 일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 때문에 직원을 줄이고, 정 대표의 아들 5명 중 4명이 기와를 만드는 공정에 투입되고 있다. 사실상 가족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통 방식의 수제 가마터 2기도 설계부터 완성까지 정 대표 혼자의 힘으로 다 해냈다. 가마터를 파고, 기와를 굽는 공간을 감싸는 벽돌을 쌓고, 다시 흙으로 덮어 고온에서도 잘 견딜 수 있도록 꼼꼼하게 만들었다. 이런 장인의 손길 탓에 노당기와의 제품은 내구성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겨울철 동파로 인한 갈라짐도 적으며, 방수효과도 뛰어나다.

5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집안의 자부심이다. 조부 정상갑 씨(1952년 작고)는 1940년에 기와 만드는 일을 시작해 1950년 기와공장을 설립했다. 부친 정석동 씨(1992년 작고)는 1952년 가업을 승계했으며, 정문길 대표는 1967년부터 현재까지 직접 현장 일을 관장하며, 경영도 병행하고 있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장남 정병태 노당건설 대표도 아버지로부터부터 전통적 기와 굽는 방식을 전수받고 있으며,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영업을 할 뿐 아니라 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대표의 아들 정진섭 씨(서울과학기술대 1년)도 방학 때마다 내려와 할아버지로부터 전통 기와 제조비법을 전수받고 있다.

흙을 반죽한 뒤 모골(틀)을 이용해 기와 형태를 만드는 과정. 전통기와는 손으로 두드리고 성형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흙을 반죽한 뒤 모골(틀)을 이용해 기와 형태를 만드는 과정. 전통기와는 손으로 두드리고 성형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국내 1호 제작와공 문화재 수리 기능자

(주)노당기와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건 20대 청년시절부터 60년 평생을 기와에 받쳐온 정문길 대표다. 정 대표는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장도 맡았으며, 현재도 경주 무형유산 총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기와를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고, 우리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 공장의 산 역사다. 50년 전 부지 1만6천500㎡에 공장을 비롯해 사무실과 공방을 지었으며, 연간 15만~20만장의 기와를 생산하고 있다. 1979년에 문화재관리국에 노당기와를 정식 등록했으며, 1983년 문화재 수리기능자 제670호 제작와공 자격증을 취득했다. 1993년에는 그을림 한식기와로 KSF 3510 인증을 취득해, 전통 한식기와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

(주)노당기와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건 창덕궁 보수공사 때부터였다. 이후 청와대 춘추관(언론 출입처)을 비롯해 개성공단 일주문, 백담사, 내장사, 백양사, 연화사, 봉운사, 금산사 등 전국 주요 사찰에 기와를 납품하며, 명성을 떨쳤다. 또, 일본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파라과이 등 해외 수출길도 열었다.

향토 뿌리기업답게 8년 전 경주 지진 때는 피해 복구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 대표는 전통기와 600장(1천만원 상당)을 기증하는 등 각 기관 시설의 기와 피해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당시 전국에서 모인 숙력 기능인들도 기와 수리에 동참했다. 그는 "5대째 이어가는 기와 장인 가문이 자랑스럽다"며 "맏손자까지 가업을 이어간다고 하니 든든하다. 노당기와는 백년기업으로 승승장구으로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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