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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지조 있는 조개, 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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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과 달래 무침
꼬막과 달래 무침

꼬막은 11월~3월이 제철이다. 겨울의 묵직한 맛을 꼬막으로 본다면 봄의 새초롬한 맛은 봄나물일 거다. 막바지 맛이 아쉬워 꼬막에 달래를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쳐보았다. '바다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꼬막과 봄나물의 비타민은 쫄깃쫄깃 아삭하게 입맛을 돋운다. 국수에 비벼 먹거나 밥에 비벼 먹어도 좋은 메뉴이다. 겨울을 떠나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중간의 적절한 맛이다.

'꼬막'은 '작은 조개'를 뜻한다. '꼬'는 '꼬마', '꼬투리'처럼 작은 사물을 지칭하고, '막'은 '오두막', '움막' 등에 사용되는 말이다. 즉 꼬막은 '작은 집에 사는' 것을 지칭한다. 고문헌의 꼬막은 껍데기가 기와지붕의 부챗살마루 같다고 해서 '와룡자(瓦龍子)', 줄무늬가 기러기가 줄지어 가는 모양과 같아서 '안항조(雁行鳥)'라 하였다.

옛사람들은 기러기와 꼬막이 본래 하나라고 보았다. 찬바람을 피해 바다로 숨어 들은 기러기들이 갯벌을 뒤집어써서 딱딱한 껍데기의 꼬막이 되었다는 것이다. 꼬막을 먹으면 기러기처럼 멀리까지 날아갈 힘이 솟는다고 해서 '벌교 가서 힘자랑하지 마라' 하였다. 반면 일제강점기에 포구에서 농산물 반출하는 일본인을 벌교 사람이 패주곤 했는데, 그 주먹이 무서워 '벌교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마라'는 얘기가 생겼다고 전한다.

꼬막과 달래

'태종실록(太宗實錄)'에 의하면 전남 여자만의 목포, 하대진포 등지에서 꼬막을 양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육지로 둘러싸였으나 외따로 떨어져 고립된 섬, 사람들은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야 했다. 그 여자도(汝自島)를 품은 바다가 여자만(汝自灣)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만 꼬막을 최고 상품으로 치는 이유는, 그곳이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미네랄이 풍부한 찰진 갯벌이기 때문이다.

꼬막은 껍데기를 꽉 다물고 입을 열지 않아 '지조 있는 조개'로 여겼다.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는 전라도 특산물이었고, 패각에 털이 없어 제사상에 의젓하게 자리한 '제사 꼬막'이었다. 꼬막의 다른 이름은 '안다미 조개'로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안다미로'에서 따온 순우리말이다.

고조리서에는 '음식이 곧 약이다'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원리를 따른다. 꼬막 역시 약이며 음식인 '약선(藥膳)'이었다. 꼬막의 본초명은 감(蚶)이며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본초강목에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역기(逆氣)를 내린다'고 하였다. 현시점에서도 꼬막은 슈퍼푸드에 가깝다. 철분과 헤모글로빈이 풍부하여 빈혈 예방에 좋고, 타우린(Taurine) 성분은 간의 해독 작용을 돕는다.

노정희 대구한의대 푸드케어약선학과 외래교수
꼬막과 달래

'꼬막' 하면, 소설 속 배경 무대가 떠오른다. 빨치산 강동식의 아내인 외서 댁은 청년단장 염상구에게 겁탈당해 아이를 갖게 된다.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 과정을 견뎌내기가 두려웠던 기구한 여인은 힘없는 민족의 상실감을 보여준다. 꼬막의 간간하고, 쫄깃하고, 알큰하고, 배릿한 맛은 성적 묘사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검은 뻘에서 캐낸 그것은 각자의 닳고 닳은 지문이고 끈기였다. 태백산맥문학관과 순천만을 둘러본 후 그다음으로 으레 꼬막 정식을 먹는다. 거기에 보태 꼬막의 생산지 여자만(汝自灣)을 둘러보는 기행도 의미 있으리라 본다.

춘분(春分)이다. 빛과 어둠이 정확히 반을 나누는 시점으로 이후 낮이 더 길어지기 시작한다. 달려가는 계절 앞에 줄다리기하듯 팽팽한 마음이지만 속수무책이다. 나이 든 사람 기력 쇠하는 것이 하룻밤 새 다르다는 말을 실감한다. 보기(補氣) ·보혈(補血)하는 꼬막요리로 건강을 돋울 일이다.

Tip : 꼬막의 익힘은 '데치는' 정도로 해야 한다.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 주의한다.

노정희 대구한의대 푸드케어약선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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